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fe of Pi Aug 10. 2023

운동과 단상(斷想)

3. 작심삼일과 걷기

2023. 8. 9. 수요일 운동 3일 차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헬스장 휴관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쉬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날은 덥고 태풍도 온다고 하는 데 안전(?)하게 집에 있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제 운동이 정말 작심삼일이 아닌 작심이일로 끝날 거 같아, 퇴근 후 땀에 젖은 몸을 이끌고 집 근처 대학교 운동장에 가서 걷고 때로 뜁니다.


10대 때나 20대 때는 걷는 게 운동이 되겠냐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30대 때 겪은 사고와 입원 경험은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운동이 되는지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사고로 다친 저는 며칠간 중환자실에서 받을지도 모르는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고, 일부 마비 증상이 있어서 그대로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때 그렇게 걷고 싶었으나, 제 몸은 걸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와서도 한동안 마찬가지였습니다.


다행히 수술 없이 퇴원한 후 제가 한 운동은 걷기입니다. 다른 것은 하지도 않고 오로지 걷기만 하였습니다. 성북천에서 계속 걷다 보면 청계천까지 걷기도 했습니다. 걸으면서 천에 있는 물고기, 오리 등을 관찰했습니다. 때로는 먹이도 주었습니다. 먹이를 주다 보니 오리가 제 목소리만 들어도 천에서 산책로로 올라왔습니다. 절 따라온 오리가 다른 오리의 구역까지 오게 되어 발생한 오리 싸움도 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걸으면서 제 몸은 회복되어 갔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대학교 운동장을 걷고 있었는데, 한때 걸어서 학교에 다녔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걸어서 등교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버스를 타고 등교하기도 했었는데, 함께 걸어 다닌 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걸어 다닐 때는 선두가 “◯◯2리”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그 뒤로 줄줄이 학생들이 걸어서 학교에 갔습니다. 학교 갈 때는 신작로를 따라가기도 했고, 작은 동네 산을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휴대전화도 없던 그 시절 어떻게 동네 아이들이 이른 아침에 모여 그렇게 걸어 다녔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또 걸어서 등교할 때 웃으며 떠들어 등교 시간이 유난히 길던 그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인솔하던 그 고학년 형과 누나들, 지금 생각하면 고학년 형과 누나들도 어린아이인데 어떻게 책임감 있게 인솔하며 등교할 수 있었는지 감탄이 나옵니다(제가 졸업할 때 전교생이 120여 명이던 그 초등학교는 재학생 수 감소로 현재 폐교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걷고 뛰어 3일 차 운동을 마쳤습니다. 다행입니다. 작심삼일은 넘길 수 있어서요.


(참고로 제가 8월 9일 하루 총 걸은 걸음은 17,902걸음이며, 거리는 12.5km입니다.) 




진리는 양쪽 모두에 동등하고 무사공평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양쪽의 논거가 가지는 장점을 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는다. 도덕과 인간에 대한 주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에 이러한 훈련은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만일 모든 주요한 진리에 대한 비판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존재를 상상해서 가장 숙련된 악마의 대변자가 그려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논의를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이상 존 스튜어트 밀 저, 김형철 옮김, 『자유론』, 서광사, 1992, 55쪽에서 발췌

매거진의 이전글 운동과 단상(斷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