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거기 그대로 있어줘서 고마워요

by 너나나나

세계 여행을 하면서 항상 엄마랑 함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맛있는 음식, 멋진 음악, 아름다운 풍경과 새로운 문화를 만날 때마다 엄마가 떠올랐다. 중국에도 다녀오고 해외를 몇 번 다녀와본 아빠와는 달리 엄마는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모르고 한평생을 사셨다. 내가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부모님을 모시고 베트남, 대만, 홍콩,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 짧은 여행을 시켜드리긴 했지만 아시아 대륙을 넘어본 적 없는 부모님을 위해 이번에는 뉴질랜드로 모셔야겠다고 생각했다. 호텔일을 3개월 만에 때려치우고 백수가 되어 그동안 번 돈만 축내며 사는 날을 보내던 중, 한국 부모 니뮤 집에 전화를 걸어 뉴질랜드로 여행을 오라고 꼬드겼다. 아빠는 바쁘셔서 못 오고 엄마만 간신히 시간을 맞췄고 언니들과 돈을 합쳐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으로 항공권까지 끊어드린 후 마침내 오랫동안 못 봤던 엄마를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서 만났다.

20대 이루고 싶었던 가장 큰 꿈이 세계여행이었다면 죽기 전 꼭 이루고 싶었던 꿈

은 엄마랑 뉴질랜드 여행하기였다. 어느새 늙어버린 우리 엄마는 환갑이 되어 얼굴과 손에는 주름이 가득했고 언제나 아기 같던 자식들은 이제 다 커서 딸 셋 모두 서른 줄에 앉았다. 자식들 키우면서 자기 삶에 대해서 아무런 즐거움도 찾지 못하고 그저 한평생 희생하는 삶만 살아온 엄마를 위해 이번 여행은 내가 모든 것을 도맡아 해 드리는 효도여행으로 계획을 짰다. 공항에 도착한 엄마를 모시고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하여 크라이스트 처치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차량을 렌트하여 에어비앤비로 미리 예약해 두었던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에어비앤비 주인 부부가 한국인이었기에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었고 엄마는 전날 밤 저녁부터 한국에서 오느라 피곤하셨는지 내가 만든 요리로 저녁을 드시고 잠자리에 일찍 드셨다.

차 렌트, 운전, 길 찾기, 요리하기, 사진 찍기, 영상 찍기, 숙소 예약하기, 짐 정리하기, 짐 옮기기, 액티비티 예약하기 등 모든 것을 혼자 했는데 이미 세계여행에서 수도 없이 혼자 해 오던 것들이었기에 힘 하나 들지 않고 능숙하게 엄마를 모시고 다닐 수 있었다. 엄마는 전형적인 한국인 토종 입맛에 집밥만 고집하시는 분이 음식점에 가서 사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때문에 여행하면서 요리해 먹을 재료들을 가져오시라고 일러두었다. 엄마는 멸치, 다시마, 고춧가루, 미역 등 마른 음식들을 가지고 왔고 요리는 내가 전감 했다.

한 번은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조기조림을 해서 엄마 드시라고 드린 적이 있는데 한입 맛보더니 맛이 없었는지 가까이하지도 않으셨던 적이 있다. 그만큼 내 요리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우리 엄마가 이번에는 내가 한 요리에 대해 꽤 맛있다며 잘 드셔주셨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내가 하다 보니 미안해서 괜히 맛있다고 해서 그냥 드신 건지 아니면 진짜 먹을만했던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여행과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오랫동안 집을 비웠지만 엄마는 항상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이번 여행을 '효도'나 '보답'이라는 단어로 한 평생 자식들 위해 고생하신 엄마의 노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엄머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엄마, 거기 그대로 있어줘서 고마워요

3주간의 짧지만 길었던 로드트립을 무사고로 안전하게 마무리한 후 우리는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날, 엄마를 모시고 일몰을 보러 올라간 마운트 이든에서 오클랜드가 한눈에 보이는 풍경을 배경 삼아 해가 지는 것을 함께 감상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에서 인생의 꿈이었던 엄마와 함께하는 로드트립을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이제 저는 여한이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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