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 취미가 되면 좋겠다

러닝이 주는 또 하나의 시선

by 농농이네

나는 단거리 달리기는 빠른 편이었다.
중고등학교 체육대회가 열리면 반대표로 나가는 건 늘 내 몫이었다.
하지만 오래 달리기는 늘 힘들었다.


타고난 체력이 부족해서일까?

성인이 된 이후에도 헬스 같은 운동을 꾸준히 했지만, 유산소 운동만큼은 늘 벽을 느꼈다.
기껏해야 러닝머신 20분, 천국의 계단(스텝밀) 10분이면 숨이 턱까지 찼다.


한창 러닝 열풍이 불던 시절, 나도 러닝 유튜브를 자주 봤다.

유튜브에서 말하길 러닝은 정신 건강에도 좋고, 두뇌 회전에도 좋고, 체력을 기르는 데에도 좋다고 했다.

그 말들에 구미가 당겼다.


그래서 나도 러닝열풍에 편승했다.

러닝을 하기로 결심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둘씩 샀다.

매일 러닝과 관련된 유튜브를 보면서 의지를 다졌고,

아직 초보니까 10km 완주하는 걸 목표로 잡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가 생각하는 러닝의 가장 큰 강점은 준비물이 간단하다는 거다.

다른 운동들은 갖춰야 될 장비도 많고, 또 기본기를 익히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러닝은 제대로 된 러닝화 하나만 구하면 끝이 난다.

거기에다 달리기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러닝을 얕잡아 봤던 이유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호기롭게 러닝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이상과 같지 않았다.

집 밖 한강변에서 러닝을 몇 번 시도해 봤는데, 내가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최장거리는 2km였다.


그런데 내가 러닝을 하면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내 체력보다, 풍경이 천천히 변한다는 것이었다.

답답함을 싫어하는 내 성격상 풍경이 빠르게 바뀌길 바랐다. 속도를 더 내면 풍경도 빠르게 변했지만 그만큼 내 체력의 소모는 컸고, 내 체력은 그 정도의 속도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그런 지루함에 못 이겨 결국 얼마 안 가 나는 러닝화를 신발장에 모셔두게 되었다.



그러다 몇 년 뒤, 발리 여행을 가게 되었다.

발리에서의 이른 아침, 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에 눈이 멈췄다.

밖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밖으로 나와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달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며칠 동안 있었던 발리의 거리였지만, 가볍게 달려보게 되면서, 이국적이고 새로운 풍경들이 내게 눈에 꽂히는 듯, 새롭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때 알았다.

달리기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또 하나의 '시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에 돌아온 후, 나는 다시 동네를 걷고,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매일 보던 익숙한 골목도, 달리며 바라보면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러닝은 그렇게 내 일상에 ‘새로움’을 더해주었다.


다음 여행에서는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 러닝을 하며,

그곳 사람들의 삶 속 가까이에서 뛰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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