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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Feb 16. 2021

MZ세대, 국내여행에서 어떤 경험을 원할까?

관광명소 대신 '로컬'을 찾는, 진짜 이유

* 본 글을 포함한 브런치 상의 콘텐츠 인용 및 도용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기고 및 제휴 문의

MZ세대가 찾는, 여행에서의 '경험'이란?

'코로나 이후 여행의 미래'를 강의하며 보낸 작년에 이어, 올해는 DMO(지역관광추진기구) 몇 곳의 요청으로 MZ 세대의 여행 트렌드와 컨설팅 강의를 준비 중이다. 각 지역에서 어려워하는 지점이 주로 '젊은 여행자를 많이 유치하고 싶은데, 개별 여행 패턴과 목적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행사가 단체 관광객을 공급해주던 시대가 끝났으니, 개별 여행자를 유치하는 일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과제가 되었다.


밀레니얼과 Z세대(20~40대)는 여행 시장의 가장 크고 중요한 소비자다. 이들의 소비성향을 분석한 리포트는 하나같이 '경험에 대한 높은 선호'를 언급한다. 그러나 주로 관에서 내놓는 기존 관광 명소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은 지역 상권과는 연계성이 생기기 어렵고, 여행자에게도 매력적이지 않다. 지역 맛집을 묶어 경험하는 제천 가스트로 투어 같은 세련된 도보 투어는, 알고 보니 매우 드문 사례였다.



그들(Z세대)에게 지식은 언제든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지만,
경험은 내가 지금 몸으로 겪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는 것이다.
- 책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여행의 미래>에서도 지적했듯, MZ세대는 유형(장소)보다는 무형(경험)의 자원을 얻기 위해 여행을 한다. 좀더 들어가면 경험 중에서도 '나의 일상을 특별하게 연출해주는' 경험을 선호한다.


MZ세대가 자발적으로 찾는 지역 관광 콘텐츠는 누가 만들고 있으며,

정확히 어떤 지점을 매력적이라고 느낄까?




목포의 청년 대상 스테이 프로그램 '괜찮아 마을' 소개 영상.


MZ세대가 로컬로 향하는 '진짜' 이유

거주 불안, 실업, 스트레스, 1인 가구의 급증 등 대도시의 사회구조적 문제는 MZ세대가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 그나마 고갈된 에너지를 '해외여행'을 통해 해소했던 기회마저 닫혔다. 동시에 코로나 이후 삶과 양식과 기준이 변화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의 물음표만 커져가는 지금, 국내 여행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위에 링크한 '괜찮아 마을' 영상에는 도시살이의 사회적 고단함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목포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된 심리적 요인이 나타나 있다. (이 영상을 만든 감독은 한달 살이 후, 목포로 이주했다) 이렇게 로컬로 이주를 결심한 젊은이들은 '도시에서 생존 에너지가 고갈되어' 여유있는 삶을 찾았다고 말한다. (은퇴  귀촌과 다르다, 오지로  2030 도시내기들 한겨레, 20.11.5) 귀촌귀농이 아닌, 새로운 삶의 유형을 제시하는 롤모델이 생겨나는 것이다. 최근 '리틀 포레스트'류의 전원생활 유튜브가 인기를 얻는 것 또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동경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관광의 진짜 매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장소가 아닌 사람이다. 관광자원으로 분류되지 않는 유무형의 콘텐츠를 발굴해 비즈니스 화하는 개인 말이다. 여행자는 나와 다른 삶의 속도와 결을 로컬에서 발견하고, 지역 생산자들의 느긋하고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매력을 느낀다. 그 라이프스타일은 로컬 문화를 해석한 숙소로 재현되기도 하고, 서점, 카페, 양조장, 레스토랑이 되기도 한다. MZ 세대는 이들의 결단력과 용기가 반영된 결과물을, 1박 2일부터 한달 살기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소비한다. 각각의 장소는 SNS를 통해 '핫플', '힙한 숙소'로 바이럴되며 서서히 알려진다.


그런데 네이버나 구글 지도에 일부러 등록을 안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단 소문나면 감당이 안될 만큼 여행자가 몰렸다가 훅 빠지는 트렌드를, 생산자가 원치 않기 때문이다. SNS 정보에만 의존한 국내 여행은, 단발성 소비를 위주로 동선을 짜기 쉽다. 또한 한 번 경험한 숙소나 카페는 재방문하지 않고, 새로 생긴 곳만 탐닉하려는 여행자도 많다. '인스타 핫플-핫플-핫플'로 이어지는 여행 소비 행태는 지역 숙소나 카페 주인들이 네이버 지도에 노출을 꺼리는 이유, 로컬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부여에서 청년 세대가 창업하고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오게 하고 싶다면, 동경의 요소를 구체화해야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셀링'해온 지역은 제주다. 제주는 먹고 놀고 머무르는 경험을 생산하는 사람과 브랜드에 대한 후기와 데이터가 가장 풍부한 여행지다. 로컬 이주를 희망하는 20대들이 제주를 선택하는 뜻밖의 이유는, 저렴한 숙소와 단기 일자리 정보를 찾기가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제주 '게스트하우스' 관련 단일 카페 회원이 17만명이다)   


제주만큼 알려지지 않은 로컬에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동경의 요소를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지역을 선택한 사람들의 결과물이 진정성있게 여행자를 설득할 때, 더 꾸준한 선택을 받을 것이다.

요즘 구독중인 부여 자온길 창업자의 유튜브는, 그래서 흥미롭다. 이 지역을 선택해 서서히 스며든 과정, 빈집들을 재생해 로컬 관광지로 만든 과정을 보여준다. 영상을 본 이들은 에어비앤비 숙소 위치와 예약법을 댓글로 묻는다. 부여라는 특정 지역에 흥미를 가질 '이유'가, 생겨난 것이다.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게 만들고 찾아오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경의 요소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다양한 답을 여행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끊임없이 핫플 인증샷만 수집하는 여행은 아무리 반복해도 나의 삶을 바꿔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현타가 오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청년 세대가 왜 우리 지역에 오지 않는지 고민하는 지자체라면, 꼭 와봐야 할 '이유'와 좋은 사례를 최대한 발굴해야 한다. 사실은 청년 스스로도 여행을 통해 어떤 가치까지 얻을 수 있는 지를, 아직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 유튜버는 국내 전역의 농가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통해, 로컬 라이프를 선택한다. 이렇게 스스로 조직한 여행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는 사례는 여전히 드물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많은 여행 경험(위의 경우 해외 워홀)을 보유한 경우, 여행을 좀더 적극적으로 '다루게' 된다.


2030세대는 획일적인 교육과 취업 과정을 거치면서,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나 삶을 충분히 탐색할 기회가 없었다. 높은 정보력, 넉넉치 않은 휴가와 예산을 바탕으로 위험이 가장 낮은 여행을 하는 것이다. 관광공사에서도 이 지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국내여행을 통해 나를 찾아 보자는 '마이리얼갭이어'라는 여행 지원 사업을 했으나, 가장 중요한 여행자의 비포 앤 애프터(변화와 효용성)을 널리 홍보하지 못했다. 다른 지자체 체류여행 사업도 비슷하다.  


지난 8년간,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여행을 다루는 시각을 완전히 바꾼 이들을 수없이 만나왔다. 여행이 스스로의 욕구와 관심을 탐색하는 '프로젝트'가 되면, 여행에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여행을 삶의 전환 도구로 만드는 법을 알게 된 이들은, 생산적인 여행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고 개척한다. '커리어를 변화시키는 여행의 기술' 등을 거쳐간 후, 잘 몰랐던 자신의 지향점에 눈을 뜨며 창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시작한 분들이 소식을 전해온다. 놀라운 사례를 만날수록, 경험의 설계를 통해 전문성과 업을 동시에 얻은 나의 사례는 더이상 특별하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더 많은 이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이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여행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해야겠다는 다짐도 든다.

 


쓰다가 문득 생각난 5년 전의 글. 여행을 통한 '비포 앤 애프터' 사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홍성 로컬 출장기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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