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곳은 어디인가
1년에 11달을 여행하는, 그녀와 나눈 대화 포스트를 올리고 난 후, 개인적으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좋은 여행 글쓰기에 관한 부분이 잠깐 언급되어 있는 아래 구절 때문이다.
그녀가 한 말 중에 '나는 나의 이야기만을 한다'는 대목은. 여행 글쓰기를 3년 이상 가르쳐온 내게 무척 와닿는 부분이었다. 사실 여행기를 쓰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쓴 여행기를 반복하거나, '독자에겐 관심없는' 사건 나열 수준의 일기를 쓰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감하고 좋아하는 '내 얘기'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그녀는 좋은 콘텐츠의 속성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모두가 공감하고 좋아하는 '나만의 여행 이야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먼저 여행 글쓰기에 관해 풀어내기 전에, 이 글에서 언급하려는 '여행 글쓰기'는 단순히 자기 만족을 위한 기록의 차원, 혹은 힐링이나 위로를 위한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다. 여행 글쓰기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출발점으로 삼거나,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면 두 번째 직업으로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고민해야 할 것은 한 가지다. '내 여행 이야기'가 널리 주목받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지점이다. 왜냐하면 여행을 주제로 한 콘텐츠는, 세상에 너무나 많고 많기 때문이다.
물론 10년 넘게 여행 이야기를 글로 써온 내게도 아직까지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는 바로 브랜딩이다. 여기서의 브랜딩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목적이 있는 여행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의 여행기를 '저작권을 가진 고유의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는가? 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여행기를 고유의 콘텐츠로 인식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글쓰기 플랫폼을 신중하게 고른 후 인내심있게 그 장소에 물을 주고 가꾼다. 나는 지금도 쉽게 다른 미디어에 내 콘텐츠의 인용을 허락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시각으로 선별하고 직접 경험한 수많은 호텔여행 콘텐츠는, 오히려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메이저 미디어에서 기고를 청탁하거나 강의를 부탁해 온다. 즉,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콘텐츠를 기획하고 노출한다. 콘텐츠를 어떻게 모으고 브랜딩하냐에 따라, 5년~10년 후 자신의 커리어로 직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접한 페이스북 여행 커뮤니티 인터뷰 기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기하게도 여행 관련 콘텐츠는 유튜브가 아닌 페이스북에서만 유통이 되더라고요" 이 대목에서 요즘 20대들이 여행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경험이 남의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일회성 소비'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떠나는 대다수의 일반인이, 어쩌다 영상이나 여행일정 하나가 널리 공유되는 걸 자랑거리로 삼는 현상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여행으로 미래에 뭔가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순서가 틀렸다.
자신만의 콘텐츠와 플랫폼(블로그 등)이 이미 굳건하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홍보 채널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 단지 '몇 만건 공유가 되었더라'를 위한 들러리 역할만 하기에 여행의 기회비용(돈과 시간)은 참으로 크다.
(※ 지난 글로벌 행사에서 만난 세계적인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유튜브를 블로그만큼 꾸준하게 관리한다. 유튜브 역시 개인 브랜딩이 가능한 플랫폼이고,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팬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단기간에 성과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시도하는 데서 그친다.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다)
위에 언급한 커뮤니티들의 요즘 트렌드를 보면, 일반인의 영상과 여행기를 편집한 큐레이션 콘텐츠가 대세다. 이중에 단 몇 초 소개되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좋은 일이 될까?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그 트래픽으로 얻는 이득(광고수익, 협찬 등)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그나마 여기서 벼락 스타가 되었다는 극소수 중에, 여행을 테마로 장기적인 수익을 내는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몇몇이 책을 냈다 해도 여행서 몇 권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자기 콘텐츠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디서 키워가느냐에서 결정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채널일 뿐 플랫폼(아카이브)이 될 수는 없다. 이 말을 이해한다면, 절반은 온 것이다.
여행 글쓰기, 더 나아가 여행 콘텐츠를 자신의 길고 강력한 무기로 만드려면, 당신이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당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꾸준히 만들어 사람들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 나는 글쓰기 자체를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내가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브랜딩이 잘 된 여행기가 훨씬 더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진도, 영상도 물론 마찬가지다. 단, 글쓰기도 사진/영상과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어떤 기술로 완성되는 능력치는 아니라는 게 문제다. 꾸준하고 진지하게 여행기를 연재하는 것은 기본이고, 단순히 경험을 나열하는 여행기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이 반영된 단 하나의 여행기를 쓸 때 당신을 오랫동안 응원할 독자는 저절로 생겨난다.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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