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동호회의 맛
신스프린트 부상은 완치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그동안 오른쪽 정강이만 아팠는데 이제는 왼쪽 정강이도 아픈 대신(맙소사) 통증은 많이 줄었다. 한 번 달리면 며칠 동안 걸을 때도 통증이 있었던 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하루 안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된다. 항상 테이핑을 하고 괜히 페이스에 욕심내지만 않으면 이러다가 서서히 줄어들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제발).
한참 신스프린트 부상으로 골골대던 즈음에 생긴 변화라고 한다면, 동호회를 가입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혼자서 달리는 게 익숙한 내가 어쩌다 동호회를 들었는지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난 여럿이 모이는 걸 선호하지 않을뿐더러 사교성도 썩 좋지 않은 편이어서 그동안 동호회 활동은 일절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1년 사이에 러닝이 정말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듯하다. 사람은 역시 취미활동을 해야 해.
사실 올해 안에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부터 동호회 가입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훈련법을 찾아보고 연습량을 늘린다 하더라도 혼자서 운동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는 더 그렇다. 타고난 운동인도 아닌데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는 건지 알기가 쉽지 않다.
때마침 동네 근방에서 활동하는 마라톤 클럽에 영입되어서(가입이라고 하기에는 내 의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2번 정도 정기런을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혼자서 달렸던 코스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길을 접해보고, 옆 사람과 달리면서 대화하고, 다 같이 대회도 참여하는 경험을 하다 보니 여럿이 함께 하는 취미 모임을 가지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주변 친구 중 아무도 달리는 사람이 없는 나로서는 함께 러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된달까. 대회와는 다르게 누군가와 편하게 달릴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동호회 성격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내가 가입한 곳은 동네 모임이다 보니 꾸준히 건강하게 부상없이 달리는 데 의의를 두고 있어서 함께 달릴 때는 저절로 기록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혼자 달릴 때마다 점점 빨라지고 그러다가 부상을 입은 나로서는 최대의 효과인 셈이다.
동네 모임이다 보니 연령대도 월등히 높다. 회원 대부분이 부모님 세대의 연령대인데, 나 같은 젊은이는 정기런에 출석만 해도 아직 나이도 어린데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는다. 칭찬은 부상자도 달리게 한다. 쑥스럽지만 그래도 듣기 좋으니 더 자주 출석하고 더 열심히 달리려고 한다. 나보다 훨씬 잘 달리는 분들도 수두룩해서 페이스메이커 삼아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닌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동호회는 뭐가 다를까 싶지만 다른 동호회 활동을 해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네.
아직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지 세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혼자서도 달리고 여럿이서도 달리다 보면 어느덧 부상도 사라지고 훨훨 날아다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더 이상의 부상은 싫다 싫어.
어느덧 풍경이 풍성해지고 색감이 화려해졌다. 그만큼 날이 더워졌지만 눈은 즐겁다. 올해는 비가 자주 올 거라는 소식이 있던데 부디 달릴 수 있는 날이 많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