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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철 Nov 08. 2023

로마의 기원 (1/2)

    

이탈리아 로마로 떠나보겠습니다.     

지금의 로마는 세계 수백 개 국가들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수도에 불과합니다. 과거에 누렸던 제국의 영광에 비해선 초라한 위상이죠. 그러나 로마를 여행하는 건 일개의 도시 여행이 아닙니다. 세계사를 빛냈던 대제국을 둘러보는 여정이 됩니다. 면적은 서울시 두 배이지만 자그마한 넓이의 구도심이 로마 여행의 핵심입니다. 로마 시내 교통 중심인 테르미니 역을 출발하여 콜로세움과 개선문, 팔라티노 언덕, 베네치아 광장,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등의 순으로 구도심 일대를 시계방향으로 둘러보는 동선이 좋습니다. 그다음엔 테베레 강 건너 산탄젤로 성과 바티칸 시국(市國)만 추가하면 처음 방문하는 로마의 개괄적 여행으로는 충분한 편입니다.               


도시국가에서 출발하여 기원전 3세기에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로마는 카르타고 명장 한니발과의 싸움으로 시작된 포에니 전쟁에서 결국은 승리하면서 아프리카 북부까지 그 세력을 넓혀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260년이 지난 서기 117년에 이르러 제국의 영토는 역대 최대가 됩니다. 로마 오현제 중 한 사람인 트라야누스 황제 때입니다. 에스파냐 땅인 이베리아 반도와 갈리아 그리고 브리타니아 섬까지, 그리곤 서쪽으로 다뉴브 강을 넘어 루마니아, 그리고 흑해 너머 아르메니아와 메소포타미아까지 망라된 광대한 면적이었습니다. 제국의 땅으로 둘러싸인 지중해는 로마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내해(內海)’로 불렸죠. 이후 300년이 지나 제국은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열됩니다. 그리곤 얼마 후인 서기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로마는 12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직선거리 6,000km가 넘는 이 광대했던 제국의 영토도 그 시발은 고작 3km 이내의 자그마한 언덕 동네였습니다. 이탈리아 반도의 테베레 강 하류 쪽에 자리 잡은 로마는 지금은 이렇게 역사 문화 유적 명소들로 가득하지만 로마 창건 당시 이 일대는 황량한 일곱 개 언덕이 전부였습니다. 테베레 강 동쪽, 직선거리 3km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퀴리날레 언덕, 비미날레 언덕, 에스퀼리노 언덕, 카피톨리노 언덕, 팔라티노 언덕, 첼리오 언덕, 아벤티노 언덕, 이렇게 일곱 언덕 구역이 초기 로마 영토의 전부였습니다. 엄밀하게는 일곱 언덕 중에서도 팔라티노 언덕에서 로마가 창건됐습니다. 그리고 위쪽 퀴리날레 언덕의 여인들이 있었기에 로마의 자손들이 번성할 수 있었고, 제국으로 넓혀가는 기초 발판도 마련된 것입니다.       

        

'마르스와 레아 실비아' (피터 폴 루벤스 作) 비엔나 리히텐슈타인 박물관


로마의 기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전쟁의 신 아레스는 제우스와 헤라 여신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세상 무서울 게 하나 없었습니다. 로마식 이름은 마르스입니다. 마르스는 어느 날 잠든 처녀 레아 실비아의 모습에 반해 하늘에서 급히 내려옵니다. 실비아는 알바룽가 왕국의 공주였지만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 숙부 때문에 베스타 신전에 갇혀 있었습니다. 잠깐 잠들어 있다가 졸지에 마르스에게 겁탈당하는 겁니다. 피터 폴 루벤스가 이 장면을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마르스와 레아 실비아(Mars et Rhea Sylvia)'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비엔나의 리히텐슈타인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암튼 이로 인해 레아 실비아는 쌍둥이 남자 아기 둘을 낳습니다. 로마를 창건한 로물루스와 동생 레무스가 이렇게 태어난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2800년 전의 일입니다. 이들은 갓 태어나자마자 광주리에 담겨서 테베레 강에 버려집니다. 형을 죽이고 왕이 된 아물리우스는 형의 딸 실비아가 자식을 못 낳게 하려고 신전에 가둔 건데, 아들을 둘이나 낳았으니 후환이 두려웠던 겁니다. 그래서, 쌍둥이 아기 둘을 죽여버리게 한 건데 이를 명령받은 신하가 차마 죽이지 못하고 보자기에 싸서 강물에 버린 것이죠.             

  

물살에 밀리며 강물에 떠다니던 광주리는 팔라티노 언덕 기슭에 멈췄고, 마침 주변에 있던 암늑대가 이를 발견하여 아기 둘을 거두어 갑니다. 쌍둥이 형제는 숲 속에서 어미 늑대의 젖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랍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근처를 지나던 목동이 늑대와 아기들을 발견합니다. 목동은 얼른 아가 둘을 거두어 집으로 데려갑니다. 그리곤 친자식처럼 고이고이 키우죠. 의붓아버지 직업대로 목동으로 성장한 쌍둥이는 전쟁의 신 마르스와 왕녀의 피를 이어받은 만큼 주변 사람들을 통솔하는 리더의 자질을 타고났습니다.            

   

'로물루스위 레무스' (피터 폴 루벤스 作) 로마 카피톨리노 박물관


쌍둥이 형제는 주변 일곱 언덕 중 한 곳에 각각 자신들의 왕국을 만들려고 서로 경쟁하던 중 형인 로물루스가 동생인 레무스를 죽여버리게 됩니다. 그리곤 로물루스는 팔라티노 언덕에 자신만의 왕국 로마를 세우고 첫 번째 왕이 됩니다. 로마 7 언덕 중 팔라티노 언덕은 이렇듯 로마의 기원 터이자 로마가 태어난 요람인 것입니다. 로마여행에서 팔라티노 언덕은 필수 방문지입니다. 초기 로마시대의 정치 경제의 중심이었기에 언덕 전체가 유적지이면서 박물관이기 때문입니다. 팔라티노에 올라보면 그 옛날 로물루스가 이 언덕에 터를 잡은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아집니다. 언덕의 전망대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포로 로마노 전경은 장엄하기 그지없습니다. 수백 년 후 제국을 이룬 로마 시민들이 신전과 공회당을 누비며 공공생활을 영위하는 모습들이 쉽게 연상되기도 합니다.             

  

로마 팔라티노 언덕의 전망대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포로 로마노 전경


아무튼 2800여 년 전의 로물루스는 이곳 팔라티노 언덕에 작은 나라는 세웠지만 구성원들은 주로 농민과 목동들 뿐이었습니다. 군인과 일할 남자들을 더 늘려야 했습니다. 이웃 못 사는 나라에서 도망 오거나 추방당한 사람들을 다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구가 수천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총각이거나 독신 남자들이 많았습니다. 여성들이 절대다수 부족했던 거죠.       

        

짝이 맞거나 결혼을 해야 인구가 늘어나고 국력도 증강될 텐데 그러질 못합니다. 특히 혼자 사는 남자들이 생활 안정이 안 되다 보니 불만들도 늘어갔습니다. 이를 고민하던 로물루스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합니다. 일종의 집들이 형식으로 큰 축제를 연 겁니다. 그리곤 이웃나라인 퀴리날레 언덕의 사비니 족 사람들을 대거 초청합니다.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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