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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Dec 04. 2021

사랑이 뭐예요?

맥 바넷, 카슨 앨리스, 『사랑 사랑 사랑』, 웅진주니어, 2021

* 쪽수: 44



"사랑이 뭐예요?"

7쪽


사랑이 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많은 것을 사랑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종종 잊고 사는 듯합니다. 가끔은 그걸 생각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요.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사랑의 실체를 아는 건 사랑을 경험하는 일에 비해 사소하게 느껴져요. 그럼에도 이 책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저 질문이 힘 있게 느껴진다면, 그건 아마도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 소년이기 때문일 거예요. 사랑의 정의를 묻는 소년에게 이 책은 어떤 말을 해주고 있을까요.


맥 바넷이 쓰고 카슨 앨리스가 그린 『사랑 사랑 사랑What is love?』은 사랑에 관한 한 소년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에 소년은 할머니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봅니다. 할머니는 소년을 꼭 끌어안으며 세상에 나가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죠. 이 말을 들은 소년은 곧 길을 나섭니다. 이렇듯 소년의 여정은 할머니의 사랑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최근 '자녀 양육의 최종 목표는 독립'이라는 오은영 박사의 말이 꽤 화제가 됐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그동안 공공연히 영향력을 발휘해 온 양육자의 언어들대부분 힘을 잃게 되지요. 양육은 투자가 아니라는 건데,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교육투자심리와 그로부터 기인하는 사회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봐도 작품 속 할머니의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누구보다 소년을 사랑하고 있을 할머니가 자신의 사랑을 과시하거나 사랑의 정의를 대신 내려주기보다, 직접 세상에 나가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그것만으로 독자는 이미 훌륭한 답을 하나 얻은 셈이죠. 소년이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건 할머니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년이 길에서 만나는 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말해줍니다. 어부에게 사랑이란 물고기이고, 연극배우에게 사랑이란 박수갈채지요. 소년은 긴 여행을 통해 온갖 종류의 사랑을 듣게 됩니다. 물론 그것들은 그들 각자의 사랑일 뿐 소년의 사랑이 아닙니다. 여행을 마친 소년은 집으로 돌아옵니다. 할머니는 그새 더 나이가 들었고, 소년은 어느덧 청년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돌아온 손주에게 답을 찾았냐고 묻고, 청년이 된 소년은 할머니를 꼭 끌어안습니다. 소년이 길에서 만난 이들은 각자 자신의 사랑에 대해 말했을 뿐, 그 누구도 완벽한 답을 주지는 못했어요. 심지어 '너는 사랑을 모른다'며 한숨을 짓기도 했죠. 그럼에도 소년은 할머니에게 돌아와 답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 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사랑이란 할머니와 포옹할 때와 같은 소중한 순간에만 잠깐씩 찾아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잡아두려 해도 잡아둘 수 없고 설명하려 해도 설명할 수 없지만, 사랑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감각 말이에요. 시인이 가지고 있던 길고 긴 목록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어로도 끝내 표현될 수 없었던 사랑은 이렇듯 아름답고도 섬세하게 제자리를 찾아옵니다.


사랑이 뭔지는 아직도 알쏭달쏭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한 번은, 다녀가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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