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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nbusin May 15. 2022

코로나19 초기에 봤으면 좋았을 책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2022년 5월, 지긋지긋함을 넘어 제2의 피부가 된 마스크를 야외에서만 해제하기로 했다. 야외 노마스크가 가능한 날, 퇴근 후 버스에서 한정거장 전에 내려 마스크를 벗고 걸었다. 마치 속옷을 안 입고 거리를 돌아다닌다면 이런 기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선한 바람의 난데없는 감촉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명하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이상한 전염병이 돈다는 이야기로 슬금슬금 시작해 전 세계 팬데믹으로 급발진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무도 몰랐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예측했던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과거의 전염병들도 코로나19와 비슷한 수순을 밟았으니,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이 사태를 예견했을 거다.

2020년 초 나는 시애틀로 출장을 가있었다. 시애틀에는 동양인이 많이 보이지 않았고, 버스를 탈 때마다 동양인인 나를 경계하는 눈빛이 느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곳에는 아무도 마스크를 끼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눈빛이 내게는 코로나의 첫인상이었다. 출장을 다녀온 직후, 코로나19는 팬데믹이 되었다. 그로부터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 세상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나는 외향형 인간이었지만 집순이가 되었다. 그사이 결혼식도 치르었다. 하객수 100명으로 강제 스몰웨딩을 했고, 결혼식 앨범의 단체사진은 당연히 마스크 낀 사진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코로나에 걸리고 꽤 크게 앓았다. 백신을 2차까지 맞았는데도 말이다.



백신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백신 불신론자였다.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전했다고 해도, 짧은 연구기간에 나온 백신이 불안전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과 실제로 백신을 맞고 고통을 겪거나 비극적인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일화를 뉴스로 접하며 그게 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지만 결국 회사생활 때문에 반강제로 맞을 수밖에 없어 화이자 2차 접종까지 했다.
그러나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라는 책을 읽고 생각이 정말 달라졌다. 백신 옹호론자까진 아니지만,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는 백신은 맞아야겠다는 것. 내 무지가 부끄러워지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에 매달려 있으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사람'이 나였던 것 같다. 미지의 세계,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는 누구나 두렵고, 그 때문에 아는 만큼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시대의 안토니누스 역병부터 현대의 소아마비까지 13가지의 전염병에 대해 다루며 전염병이 어떻게 생겨나서 확산하고 해결하는지의 과정을 다룬다. 13가지 전염병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점에서 무시무시하다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전염병을 어떻게 해결하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졌다.


'아무것도 왜곡하지 않고, 숨기지 않고, 누군가를 조종하려 하지 않는 것. 리더십을 발휘해 어떤 공포든 그 존재를 구체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리더의 덕목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코로나19는 공포 그 자체였다. 어떤 방식으로 전염되는지 알 수 없었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걸려봐야 알았다. 무증상 감염자도 있는 반면, 코로나가 아닌 중증 환자는 병실이 없어 최악을 상황도 겪었다. 힘든 시기였고, 서로 손가락질을 해댔다. 백신에 대한 소문도 무성했다. 그렇기에 나같이 백신을 안 맞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을 테니.


'백신은 어떤 경우에도 맞는 게 낫다' 생각하 된 계기는 이 책의 '소아마비'라는 질병이다. 소아마비는 5세 미만의 유아가 감염되고 근육 제어를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파괴되어 평생 마비된 채 살아야 하는 병이다. 이 병의 치료제를 개발한 조너스 소크는 시대의 위인이었다. 제조법을 무료로 풀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특허는 없어요. 태양을 특허로 청구할 수 있나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백만장자가 되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그 때문에 내가 백신을 맞아야겠다는 건 아니고, 이 이야기를 통해 백신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백신의 모든 목적은 약화된 질병을 몸에 노출시켜 그와 맞서 싸울 항체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1세대 백신은 생백신과 사백신 두 종류가 있는데 생백신은 약한 상대와 싸우는 거라면, 사백신은 인형과 싸우며 훈련하는 것과 같다. 사백신은 생백신에 비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처음에는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코로나 백신은 생백신, 사백신 둘 다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는 전부 유전자 백신에 속한다. 백신을 맞고 생기는 면역은 후천성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면역이 잘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면역 률 100%에 달하는 백신은 없다. 코로나19의 돌파 감염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이러스는 계속 형태를 바꾸는데, 백신은 바이러스의 원형에 맞추어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새로운 백신을 만들 수 없으니 비슷하게 만들어진 백신의 효과를 기대하며 사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백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한 후, 다시 바라보니 백신이 다르게 보였다. 부작용이 두려워 백신을 안 맞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 백신 접종을 안 하는 것은 교통사고 당할 것이 무서워서 외출을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집단면역을 이루어 부득이하게 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들은 자주 패배했지만 결코 정복되는 일은 없었다. 파도는 뒤로 밀려가도, 조류는 나아갔다' 내가 책 속에서 마음에 든 구절이다. 우리가 암흑 속에서 더듬고 있는 것이 다음 세대에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코로나19는 미래에 어떻게 기억될까? 인간이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아야 할 것이다. 암흑기를 지나는 우리를 거울삼아 미래에는 전염병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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