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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큰 May 29. 2022

뒷이야기#2 산책 나가기 30분 전


나는 점심 식사를 끝낸 직후 늘어지기 쉬운 오후에 산책을 나가는 편이다. 산책 나가기 30분 전부터 무기력이 비집고 들어올 틈 없이 행하는 일련의 내 행동들을 재미로 소개하자면 이렇다.  


우선 그 시작은 점심 식사를 하면서 아주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이나 영상을 보지 않는 것부터다. (그 이유는 말 안 해도 대충 알겠죠?) 그렇다고 밥만 먹으면 이상하니까 적당히 지루한 걸 본다. (뉴스가 딱입니다) 밥을 다 먹고 나면 빈 그릇을 들고 개수대로 직행! (다행히 이 과정은 제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습관입니다) 곧바로 설거지를 한다.(실제로 설거지가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데 좋다고 합니다. 아주 적은 수고를 들이고도 금방 개운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그렇다네요) 설거지가 끝나면 개수대에 남은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현관문 앞에다 미리 갖다 둔다.(혹은 그날 밖에서 꼭 처리해야 하는 일, 가령 세탁소에 맡길 세탁물 등을 갖다 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다음 쓰레기 때문에 찝찝해진 손을 씻으러 바로 옆 욕실로 들어간다. 손을 씻는 김에 양치질도 한다.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양치질이 끝나면 텁텁한 입을 위해 물 한잔 마시러 부엌으로 간다. (이때 무심하게 부엌 창문을 통해 바깥 날씨를 체크하고 무슨 옷을 입을지 정합니다) 그리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샛길로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파나 안방 침대 위로 뛰어들면 절대 안 돼요) 좀 전에 정한 옷을 고민 없이 꺼내어 갈아입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보고 선크림을 바른 뒤, 방 한편에 늘 대기 중인 도서관 산책 전용 가방을 날름 들고 현관 쪽으로 가면 끝! 오늘도 도서관까지만 걷다 올게요! ㅎㅎ


사실 이 모든 행동을 위한 영순위 할 일은 아침에 한다. 언제든 외출할 수 있도록 미리 씻어두는 것. 이것만 해둬도 그날의 산책은 절반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가뜩이나 나가기 귀찮은데 뒤늦게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해야 한다면? 몹시 귀찮, 그날 산책은 꽝, 안녕, 빠이빠이다. n


© bradyn,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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