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큰 Jun 09. 2022

뒷이야기#3 이러고 걸어요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보면 괴팍하기로 유명한 소설가 잭 니콜슨(멜빈 유달 역)이 길을 걸을 때 보도블록 경계선을 절대 밟지 않으려고 애쓰는 장면이 나온다. 어렸을 땐 나도 재미로 종종 그렇게 걸어 다녔지만 지금은 아니고요, 무기력한 와중에도 나도 모르게 지키게 되는 원칙 같은 것은 몇 가지 있다.


첫째, 길바닥을 유심히 살피며 걷는다.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발목을 접질려 깁스를 해본 뒤로는 자꾸만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둘째, 구멍이 숭숭 뚫린 맨홀 뚜껑 위로는 절대 지나가지 않는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혹여 허술하게 덮여있던 뚜껑과 함께 아래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서.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나 카드지갑이라도 빠뜨리면 곤란할 테고.

셋째, 건널목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릴 때는 신호등 기둥이나 근처 설치물 뒤에 서있는다. 차가 건널목 앞에 서있던 행인들에게 돌진했다는 끔찍한 사고 뉴스를 몇 번 보고 충격을 받은 탓이라 해두자.

넷째, 되도록 계속 배에 힘을 주고 걷는다. 이건 그냥…… 뱃살 빼는 데 좋다기에.


써놓고 보니 어째 대부분이 안전 염려증 같군. ;; 근데 뭐 안전 불감증보다야 낫잖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오래오래 걸으려면 말이다.  n


photo by 눈큰 / iphone xs
이전 05화 내 인생의 걷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