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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큰 Jun 26. 2022

뒷이야기#4 바닥을 보며 걷는 누군가에게


한번은 바닥을 보며 걷다가 길바닥에 붙어있는 불법 대출 광고 스티커를 보았다.

전봇대나 담벼락에 그런 게 붙어있는 건 종종 봐왔다. 간혹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뿌리고 간 불법 대출 광고 명함이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도 많이 봤다. 하지만 인도 보도블록 중앙에 버젓이 붙여놓은 대출 광고 스티커라니. 바닥을 보며 걷는 사람들이 누구누구인가를 생각해 볼 때 그것을 노리고 벽보다 바닥에 그런 광고를 붙여놓은 사람들이 너무 약아서 얄미웠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했다.


우리는 계단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계단을 오르면 ~칼로리’ 혹은 ‘몇 계단 오르면 건강수명 ~분 연장’이라는 응원 글귀를 써놓는다. 사는 것이 힘들어 한강 다리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자살 방지 문구를 길고 다정하게 써놓는다. 그렇다면 불법 대출 광고 스티커 대신 ‘오늘도 힘내세요’ ‘그래도 잘 버텨왔잖아요’라 쓴 스티커를 여기저기 몰래 붙여놓으면,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바닥을 보며 걷던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깜짝 선물이 되진 않을까, 하며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바닥을 보며 걷는 내가 잠시 상상해 보았다. 사실 그런 문구가 얼마나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스티커 말고 우리네 길바닥에 정말 많이 붙어있는 게 있다. 바로 껌딱지. 나는 길바닥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데, 찍고 나서 확인해 보면 껌딱지와 함께 찍혀 있을 때가 많다. 껌은 껌종이에 싸서! 쫌!  n


photo by 눈큰 / iphone 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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