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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큰 Nov 26. 2021

면접날이 생일인데 미역국은 어쩌죠

수험생을 둔 부모 마음


학력고사를 친 게 무려 30년이 다 되어가는 내가 다시 대입 시험을 보는 듯 떨리고 긴장되었던 큰아이의 수능 시험이 지난주에 끝났다. 시험 결과는… 뭐 그저 별 탈 없이 시험을 마쳤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

이제 수시 면접을 하나 앞두고 있는데, 하필 그날이 큰아이 생일이다.

가족들 생일이 되면 대개 나는 미역국에 삼색 나물은 빼먹지 않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미역국을 끓이려다 말고 잠시 고민을 했다. 이 미역국 먹고 보기 좋게 미끄러지면 어쩌지?


사실 수험생 부모의 마음이 어떤지는 수험생 부모가 되어 봐야 알겠더라는. 정말 아이 시험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조심하고 뭐든지 신경 써서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죽하면 기독교인 남편과 가톨릭인 내가 수능 대박을 위한 합격 기원 3 기도처라는 ‘보리암 기운까지 받으러 갔다 왔을까. ㅎㅎ 심지어 이런 말도 있단다. 해마다 수능날 날씨가 추운 이유는, 수험생 부모가 간절한 마음에 신이란 , 조상이란 조상은  부르는 바람에 기온이 떨어진다는.


수능 시험 치기 한 달 전이였던가? 큰아이와 내가 카페에 함께 카공을 하러 갔을 때가 문득 생각난다.


그날 카페에서 큰아이가 주문한 커피를 받아다가 우리 테이블에 내려놓고 쟁반을 한쪽 의자에 올려놓는데, 그게 그만 미끄러져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난 별생각 없이 “어이쿠, 쟁반 떨어졌다. 얼른 주워.”라고 아이에게 말했는데, 조용히 쟁반을 줍던 큰아이가 글쎄…

“엄마,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제는 이럴 때도 ‘어이쿠, 쟁반 떨어졌네.’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요. ‘와우! 쟁반이 바닥에 딱 붙었네!’라고 말해야죠.”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이고, 그래, 이 못난 어미가 미처 거기까지는 신경을 못했네, 하며 한참을 웃었다.


중요한 날을 앞두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하면서 작은 기운까지 모으고 기도하는 정성을 무조건 극성맞다고 폄하할 수 있을까? 그 정성에 자식을, 부모님을, 연인을, 친구를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담뿍 들어있음을 안다면. n



사진  © gaellemarcel,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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