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할머니와 시골할아버지의 3달 동남아 여행

여행의 시작ㅡ출국과 입국에서 생길 수 있는 상황

by 시골할머니

시골할머니 시골할아버지는 38개월 된 손자 율이 우리를 부르는 호칭이다. 유난하게 호칭을 꼭 집어 구별하려고 애쓰는 아이다. 더 어렸을 때도 동네 할머니를 '남의 할머니'라고 대놓고 부르는 바람에 에미가 민망해한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곳은 양평에서도 최북단, 가끔 스마트폰에 내 위치가 홍천으로 인식될 만큼 강원도에 가까운 산속이다. 게다가 주택이다 보니 겨울이면 난방을 해도 기본적으로 춥다. 다행히 단열은 잘되어 있는 편이지만, 집이 크다 보니 옷 껴입고 절약하며 살아도 난방비가 제법 나온다. 나이도 드니 웅크리고 살기도 싫어서 남편과 꾀를 내었다. 겨울 동안 우리 좋아하는 여행도 하고 추위도 피하러 따뜻한 곳으로 떠나자고. 먹는 거야 어디 사나 마찬가지로 드는 거고, 난방비에 조금만 더 보태면 조그만 집을 빌려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된 게 이번 동남아 여행이다. 아니 여행 이라기보다 '동남아에서 살아보기' 다.


겨울을 나야 하므로 기간은 3개월, 좀 일찍 떠났어 야 했는데 남편이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12월 11일에야 떠나게 되었다. 우선 요즘 핫하다는 다낭까지 , 그다음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표까지 만 준비했다. 그것도 베트남 입국할 때 출국 편 비행기표가 있어야 한대서.


그런데 계획 없이 떠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일 줄 몰랐다. 우선 출국할 때, 편도 항공권으로는 셀프 체크인이 안된다고 해서, 공항에 일찍 도착했는 데도 긴 줄에 서서 시간낭비를 해야 했고, 그 사이 셀프체크인 한 사람들이 수도 없이 우리 옆 라인에서 줄도 안 서고 짐을 부치고 갔다. 우리 차례가 되었는데 , 두 좌석 붙은 자리가 하나도 없다며 직원이 난감해한다. 할 수없이 통로를 사이에 둔 좌석이라도 없냐고 물으니, 비상구 자리는 남아 있는데 비상구 좌석이라 등받이가 안 젖혀지는데 괜찮으시겠냐고 묻는다. 내가 알기론 저가항공의 비상구 좌석은 돈을 내고 사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냥 주다니 고마울 따름이지. 나이 든 덕을 보는 건가 싶었다. 타고 보니 등받이는 모든 좌석이 다 안 젖혀진다. 아예 그런 기능이 없는 의자이다. 전에 동남아에서 저가항공을 타 보았을 때, 작은 비행기에 걸어가서 타기도 하고 , 그 큰 비행기에 딸랑 5 사람만 타고 가보기도 했지만, 이렇게 열악한 비행기는 처음이다. 모든 것이 발전하는 가운데 비행기 이코노미 석만이 혼자 세월을 거슬러 퇴보하고 있는 느낌이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다. 그나마 비행시간이 짧으니 다행이다. 그래도 우리 좌석은 비상구라 다리를 쭉 뻗어도 앞좌석에 닿지 않을 정도로 좌석 간격이 넓었다. 자리에 비치된 안내책자를 보니 좌석지정 가격이 29000 원이란다. 셀프체크인 안되어 30분 남짓 줄 서서 기다린 보상으로 나쁘지 않다.


떠날 때 셀프체크인이 안 된 이유가 베트남을 떠나는 항공권이 있나 확인하려는 것 같다.

베트남 입국심사 때 항공권을 보자고 하고 까다롭게 군다는 얘기를 인터넷에서 들어서 조금 긴장했는데, 의외로 심사관은 인사말도 한 마디 없이 여권에 도장만 쾅 찍고 그만이다. 이제까지 다녀본 중 가장 짧고 가장 쉬운 입국심사였다. 한밤중이라 졸렸나?


진짜 큰 일은 다낭에서 방콕으로 갈 때 터졌다.

베트남 입국심사가 허무할 정도로 쉬웠던 데다가 태국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어 서 방심하고 있었다. 그나마 공항에 일찍 가서 다행이었다. 다낭에서 방콕으로 떠나는 날, 너무 일찍 도착해서 아직 항공사 카운터도 열지 않았다. 카운터 앞에 가니 앞에 세 사람이 줄 서있다. 빨리 체크인하고 밥 먹으려고 줄 서서 기다리다가 카운터 열자마자 체크인하는데, 이게 뭔 말인가? 태국에서 나가는 항공권이 없으면 비행기를 태워 줄 수 없단다. 우린 아직 여행 스케줄이 확정안됐다, 비행기 안 타고 육로로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더니, 그럼 육로로 가는 버스나 기차 티켓이라도 있어야 한단다. 사정도 해보고 언성 높여 항의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귀찮았는지 항공사 사무실로 가보라고 해서, 다시 거기서 똑같은 상황, 태국 입국 시 상관할 문제지 너희가 무슨 상관이냐, 태국에서 입국 거부되면 너희한테 피해 안 주고 우리나라로 돌아가겠다 는 둥, 별 말을 다해도 안 통한다. 항공권을 사야 한단다. 여직원이 결국 우리가 안 되어 보였던지 , 슬쩍 편법을 가르쳐 준다. 아무 항공권이나 예약하고 결제는 하지 말고 프린트해서 제출하면 된단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금방 될지 몰라도 우리 나이에 그 자리에서 그게 쉽지 않다. 다행히 공항 와이파이가 그런대로 잘 되어서, 남편은 항공권 사는 걸 시도해보고, 나는 서울의 아들에게 카톡으로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될 정도로 와이파이가 세지는 않은가 보다. 할 수없이 독수리타법으로 카톡으로 상황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아들의 해법은 가까운 아무곳 으로나 가는 제일 싼 항공권을 사고, 버리라는 것. 아무리 몇만 원 안 한다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럴러면 저가항공도 안 타지. 그 사이 남편이 항공권을 예약하려고 하니 당장 결제해야 하고, 취소하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단다. 아들이 최근에 이슈가 된 방법도 얘기해준다. 1등석을 예약했다 취소하면 취소수수료가 없단다. 그 방법은 좀 그렇다. 남에게 해를 끼칠 순 없지. 아들은 계속 더 싼 표를 찾았다며 살까 물어보는데, 결국 남편이 당장 결제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트를 찾아서 해결했다. 한국 여행사인데 예약하고 2시간 안에 결제하지 않으면 예약이 취소된단다. 고맙게도 예약 취소하는 수고까지 덜어주니 금상첨화다. 다행히도 남편이 그 순간에, 예전에 그 사이트에서 항공권을 예약해 봤던 기억이 났단다. 그런데 문제가 또 있다. 예약화면이 한글로 되어있는데, 괜찮을까? 사무실 여직원에게 보이고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체크인 카운터에서도 도착지하고 날자만 확인한다. 결국 그들 면피용일 뿐이다. 우리가 방콕에서 입국 거부되었을 때 항공사에 페널티가 크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니, 여유 있는 점심 식사는 커녕,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밖에 안 남았다. 공항에 일찍 안 나갔더라면 어쩔 뻔했나. 스마트폰을 젊은 세대처럼 스마트하게 빨리 쓸 줄 모르니 시간이라도 넉넉히 가져야 돌발상황에 그나마 대처할 수 있겠다.


탑승 직전에 예약한 걸 결제하라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안 하면 예약 취소된다고.ㅎㅎ 어서 취소해 주세요.

그런데 조금 걱정도 된다. 입국 심사할 때 한글 예약화면으로 통과가 될지. 에이 안되면 그때 또 사지 뭐. 아님 최악의 경우랬자 집으로 돌아가는 것. 미리 걱정하지 말자.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입국심사

ㅡㅡㅡㅡㅡㅡㅡ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장 쾅.

우린 다낭공항에서 뭐 한 거지?????


결과 방콕에서 열흘 살고, 파타야에 와서 18일 되었다. 파타야에서 한 달 살고 , 치앙마이로 옮겨 한 달 살 계획이다. 그 이후는 미정이다. 아직도 귀국 편 비행기표는 구입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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