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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원 Apr 06. 2020

괜찮은 사람이 되는 방법

내가 달리는 이유

일주일 사이에 50km가 넘는 거리를 달렸다. 내 삶에 이토록 열심히 운동을 한 적이 있던가. 매일 운동해야지 하는 마음만 가득한 채,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이 많다는 이유로, 혹은 다른 취미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잘 움직이지 않았다. 매일 운동하기에 나는 너무 게으른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적절한 동기부여'만 되면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지난 일주일 하루 평균 걸음 수가 14,000보.


일찍 출근한 동료가, "어젯밤에 엄청 달리시던데요?"라고 아침 인사 대신 말을 걸었다. 그게 월요일이었다.

지난주에 사이좋게 모여서 뭘 하나 보았더니, 만보기를 공유하는 것을 보고 나도 같이 하자며 친구 추가를 했더랬다. 그래 놓곤 잊고 있었는데, 서로 친구를 맺어두면 실시간으로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 있었나 보다. 주말에 푸지게 누워있으면, 서로가 알 수 있는 형국이 되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으면, 서로 친구를 맺어둔 서로가 알 수 있다니. 심지어는 좀 움직이라며, 살아는 있는 거냐며 응원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단다. 지난 직장 생활로 직장 동료들과는 SNS 친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배웠지만, 만보기 친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못 배운 탓이다. 친구를 맺은 덕에 퇴근 후 저녁이, 그리고 주말이 통째로 노출되는 삶을 산다.


아이러니하게도, 겨우 이게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운동 동기 부여가 된다. 내가 뛰면 동료들이 안다. 내가 얼마나 뛰었는지 동료들이 알 수 있다. 겨우 그 정도 이유만으로도 날이 얼마나 춥던, 밖으로 나가서 숨을 후후 불며 뛸 수 있다.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뛸 수 있다.


올해 초, 동료들과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했었다. 더 나이가 들어 초라해지기 전에 프로필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고 싶다고. 올해는 운동이나 해야겠다고 말했다. 날이 좀 풀리면 밖으로 나가서 좀 뛰어야겠다고 이야기했었다. 다들 '이 인간이 뛰면 얼마나 뛰겠어.'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내가 내 말을 어떻게든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음에 나는 뛴다. 내가 얼마큼 노력하는 사람인지 숫자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음에 나는 뛴다. 범재인 나를 천재라고 생각해주는 이들에게, 내가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생겨서 기쁘다.


그대들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내가 얼마나 뛰고 있는지 내 만보기 친구님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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