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들어와 있어요
언제가 됐든, 당신은 살면서 이 세계에 들어오게 될 거예요. 숙명적으로. 처음 입성할 땐 꿈꾸는 듯,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몽환적인 경험을 하게 되죠. 샴페인이 터진 것처럼 동공은 확장되고 무엇이든 가능할 거 같은 느낌을 받아요. 세상은 경외롭지만 즐겁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하기 때문에 망설일 겨를이 없어요. 두근대는 마음.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진해도 발이 닿는 곳마다 보드랍고 반짝이죠. 이 세계의 주인은 당신이에요. 축하해요. 이곳에 온 걸.
거울을 봐요. 당신은 무슨 색인 가요? 응, 노란색이네요. 통통 튀고 어린아이 같은, 약간의 순정이 있고 그보단 천진난만한 느낌이 커요. 아직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네요. 놀라워라. 뭐, 나쁘지 않아요. 이제부터 배우면 되니까. 약간 기대가 되네요! 당신이 성장할 수 있을지, 한참 지나서 거울을 봤을 때도 여전히 노란색 일지 궁금해요.
이 곳에 발을 들인 게 마냥 축하만 할 일은 아닐지도 몰라요. 당신은 조금씩 모순이 존재하는 이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될 거예요. 모순이 있는 것이 진실인 세계, 역설적이죠?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 그렇게 느낄지도 몰라요. 아니, 아마 느끼겠죠. 빠르면 3개월 내에, 늦어도 3년 안에는.
근본적으로 이 세계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개념이 형성되지 않는 곳이랍니다. 당신이 한 개를 주면 상대도 한 개를 줄 거 같았던 계산은 맞지 않아요. 그렇지만 당신은 열 개를 주고 열 개를 받고 싶어서 벌써 열 개를 보내버렸어요! 그것도 이해해요. 무엇이든 가능해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그건 그저 느낌일 뿐인데.
열 개를 보낸 당신 마음에 회신이 왔어요. 당신이 받은 건 다섯 개. 딱 절반이네요. 우르르 쾅쾅. 처음으로 이 세계에 균열이 생깁니다. 뭉게뭉게 구름에 처음으로 번개가 친 거 같기도 해요. 아, 미리 얘기 안 했나요? 이 세계에 공평함은 없어요. 절대. 출구를 찾아서 나가려고 해도 어디서 시작됐는지조차 모를 껄요. 약간 혼란. 그냥 앞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매일같이 명랑하던 날씨가 조금씩 변화무쌍해지겠네요.
억울한 마음이 당신의 마음을 지배하면서부터였을까요, 물속을 헤엄치는 거 같은 당신의 자유로움이 약간 움츠러들어 보여요.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원더랜드가 아니라서 유감이에요. 오히려 역행하는 느낌이랄까? 포르르 숨을 내쉬고 다시 한번 전진해보지만 쉽지 않죠. 공기 같았던 산뜻함은 질척이는 집착으로 바뀌었어요. 내 맘대로 되면 참 좋으련만, 이제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네, 잘 오고 있는 거 같아요. 여기에 온 모두가 그렇더라고요.
더 많이 주고 돌려받지 못한 숱한 날들이 계속되고, 당신의 날씨에 연속으로 먹구름이 끼던 어느 날. 당신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짐하겠죠. 이 세계를 떠나기로.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 당신은 짐을 싸요. 강물이 범람하고 꽃잎은 땅에 떨어졌어요. 추억이 담겨있던 풀 한 포기를 채취해 떠나는 걸음걸이가 무거워서 몇 번을 뒤돌아보지만. 더는 머물 수가 없어요. 초행길이라 실수투성이었던 당신은 많이 춥고 상처 입었거든요.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죠. 지도도 주질 않고서 어쩌라는 건지. 이 세계의 목적은 뭔지. 이런 흐름이 맞는 건지.
이 세계의 목적은 단 하나예요. 당신이 성장하는 것. 그래서 이 세계에 거룩하게 사는 것, 그것뿐이랍니다.
거울을 다시 한번 볼까요? 여전히 당신은 노란색이지만 그 빛이 약간 짙어진 거 같지 않나요? 당신의 첫 번째 짝꿍의 색이 약간 묻었네요. 네? 그런 말 말라고요? 미안, 미안해요. 그렇지만 진실은 숨길 수가 없어요. 그는 파란색이었는데, 지금 당신에게 파란색이 조금 섞여있잖아요. 색의 혼합이 꽤 멋진 걸요. 우울한 느낌이 꽤 운치 있게 여겨져요. 순도 백 퍼센트의 노란색이 손실을 입었지만 손실의 크기만큼 파란색을 획득했네요. 그래서 당신은 여전히 백 퍼센트예요.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게 이 세계랍니다. 오, 놀라운 진리를 경험했네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죠. 어렸던 세계는 고난의 가뭄과 역경의 홍수를 지나고 무르익어 고혹적으로 성장했어요. 낯설지만 또 한 번의 호기심이 당신을 자극합니다. 그래, 이 길을 다시 걷기로 해요. 이번에 다가온 짝꿍은 정열적인 빨간색이네요. 역시 모험을 부추기는 건 이 세계의 장점이에요. 당신은 또 한 번의 성장으로 도약합니다. 이 세계에서 나간 적은 없지만 다시 이 세계로 온 걸 환영해요!
이미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이 세계는 바로 사랑의 세계입니다. 당신은 들어올 준비가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