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짓, 몸짓, 말투, 가치관.
"나 너 말투 닮아가는 거 같애."
"무슨 말투?"
"너만의 말투가 있어. 그런데에~ 그래가지고오~ 이렇게 너는 말할 때 말 끝을 좀 늘어뜨린다? 그게 갑자기 오늘 머리 자르러 가서 미용사한테 설명하는데 아, 나온 거야 나도 모르게. 아 진짜 애기도 아니고."
너는 키가 180이 넘는데, 무표정일 때 사람들이 기분 안좋냐고 물어볼 만큼 인상이 강한데 그런 말투로 말했다고 하니까 웃음이 나왔다. 나는 내 말투가 그런 줄 몰랐는데 나도 모르는 나를 알게 해주어서 웃었다. 사랑하면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따라 하게 되는데, 내 말투를 닮은 널 보니 오늘도 사랑하는 게 확실시되어서 또 웃었다.
"당황했다 아까. 미용사도 웃더라."
재채기와 사랑은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표정에서부터 말투까지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에게서는 사랑이 가진 부드러운 기운이 넘실넘실 나온다. 사랑의 언어는 곧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달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 주변은 화사하다.
"나 따라 했어~?"
"어. 너 따라 했어. 나도 모르게."
사실 나도 너를 따라하게 된다. 빙구 같은 웃음, 잘못한 거에 있어서 변명하지 않고 사과하는 용기, 시답잖은 대화를 하면서 사소한 저녁을 보내더라도 함께 있다면 세상에서 제일 멋진 하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너를 닮아가는데 네가 좋은 사람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네가 나를 좋아해서 그래. 고마워."
"응. 너 좋아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괴팍하고 날 선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려면 사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