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에세이] 가을엔 호밀
9월을 기념하여 아침부터 빵을 구웠다.
알고 보니 8월 31일이었다.
그래서 8월 31일을 기념하여 구운 것으로 하기로 했다.
여름에는 모든 더운 것들을 미워하기 때문에 오븐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그런 탓에 두 달 만에 구운 빵이 더욱 반가웠다.
사실 호밀빵은 맛있는 빵은 아니다.
건강한 맛이다.
건강한 맛이라는 것은 맛이 없다는 뜻이다.
맛에 관해서는 단호박 샐러드가 열 배는 더 맛있다.
그런데 빵을 굽는 행위 자체에 뭔가가 있다.
전날 반죽을 만들어 밤 동안 숙성시키고,
아침부터 오븐을 예열하고, 반죽을 성형하고, 다시 숙성시키고, 마침내 구워내는 이 모든 과정이 굉장히.. 정직하다.
그래서 호밀빵을 구우면 정직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정직한 사람이 되어 정직한 빵을 먹는 맛이 있다.
올바른 맛.
확실히 사 먹는 빵과는 다르다.
그래서 호밀빵을 먹으면 살이 안 찌나 보다.
물론 정직한 맛이라는 것 역시 맛이 없다의 다른 말이므로 많이 안 먹어서 안 찌는 게 더 큰 이유이긴 하다.
ps. 요즘 시골 내려갈 계획을 세우는 중인데, 광파오븐은 정말 포기하기 어렵다. 커피는 봉지 커피 먹으면 그만이지만 광파오븐은 부엌의 요술램프 같은 거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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