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에세이] 사랑하는 것들과 귀여운 것들
밤사이 식물들이 얼까 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전구도 달아줬다. 방울토마토 나무는 키가 너무 커서 뽁뽁이로 감싸줬다.
요즘 무척 바쁜데 장장 이틀에 걸쳐 이 일을 했다.
잡아먹을 것이니, 식량이니 하는 험한 말들을 쏟아내지만, 나는 사실 나의 식물들을 몹시 사랑한다.
다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는 일그러진 관계로 치닫게 될 것이므로 마음을 꾸욱 삼킬 뿐이다.
이를 테면 내 고백을 들은 방토가 “나는 사랑한다길래 내 새끼들 안 먹을 줄 알았더니 다 처먹고 앉았네”라고 하면 나는 어버버하다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눈만 꿈뻑거리게 될 것이다.
상추를 따 먹을 때도 "나 사랑한다메?" 소리를 듣게 되겠지. 곤란하다.
이래서 착취 관계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은 속으로 삼키는 것이 좋다.
+ 오늘의 귀여운 것
1인용 밥통을 샀다. 완전 귀엽다.
이제 여기다 콩도 삶고 귀리쌀도 삶고 구운 계란도 해먹어야지!
+ 오늘의 맛있는 것
자두쨈을 샀다. 완전 맛있다.
자두쨈에 크림치즈를 섞어먹으면 죽지 않고도 극락을 경험할 수 있다.
+ 오늘의 러시아 고양이
“친애하는 일기장에게,
사람들은 고기와 닭과 커틀렛을 먹었어.
그런데 나한테는 갈색 돌을 먹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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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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