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선 Mar 04. 2024

퇴사 1일 차 집으로 출근

퇴근은 없지만 상사도 월급도 없다

대망의 퇴사 후 첫날!

당장 출근을 안 해도 돼 좋았지만 혼자 일하는 시스템이 잡히지 않아 며칠은 꽤나 늘어지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일을 독촉당하지 않고 스스로 일해야 하는 주체적인 업무는 보통의 직장인들에겐 익숙지 않을 것이다. 호기롭게 퇴사했지만 그 용기가 흐지부지될까 봐 나에게 족쇄 같은 일 두 가지를 저질러 놓았다.


1. 핸드메이드 페어

오랜 기간 취미로 가져왔던 마트료시카 페인팅 작업을 본격적으로 판매 겸 홍보를 해보기 위해 핸드메이드페어에 참가해 보기로 했다! 제일 저렴한 부스를 결제했고, 그에 사용할 마트료시카 작품들과 부스 디스플레이, 홍보용 sns 개설, 각종 홍보물 제작 등 신경 쓰고 작업할 것들이 수두룩 하게 쌓여 있었다.


퇴사 날짜를 맞추느라 온전히 페어를 준비할 시간은 한 달 남짓..!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고 어설프겠지만 다년간 페어를 다녀본 기억을 더듬고, 다른 사람들 레퍼런스를 찾아보며 열심히 만들어 보았다.

준비 기간이 짧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돈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첫 페어에 투자할 돈이 없었다. 멋있다고 찾아 둔 전시 예시들처럼 화려하게 꾸미고 싶었지만 모든 게 돈덩어리였다. 그제야 페어에서 몇몇 부스들이 왜 허전해 보였는지 알 것 같았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첫 페어에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최대한 비용을 줄여야 했다. 최소한 부스비는 벌어야 하지 않을까? 거기에 한 달 정도의 나의 수고비가 더해진 정도를 계산해 마트료시카 작업 수량을 잡고 작업했다.


2. 이모티콘 수업

 회사 근처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이모티콘 강좌를 무료로 연다는 소식을 퇴사 전에 들었었다. 그 당시 이모티콘으로 떼 돈 벌기가 이슈였고, 일단 이모티콘 등록만 된다면 꽤나 좋은 경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해 보았다. 지원자가 많이 몰린 강의라 반차를 쓰고 면접까지 보고 왔었고, 다행히 붙게 되어 퇴사 후 3개월 간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록에는 실패했다. 다른 매체에 넣어볼까 했지만 내가 이모티콘을 만들 정도로 유머감각이 있는 편이 아니라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도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업에서 얻은 게 없진 않았다.

비록 아마추어들이 모여 받은 수업이었지만 나름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함께 작업하고 서로 피드백도 해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굿즈도 제작하여 함께 플리마켓도 참가해보기도 했다.

출판 업계에 있으면서 정지된 그림 작업만 진행했었는데, 움직이는 그림 작업을 하다 보니 재미가 붙었었다. 그래서 남편과 나의 모습을 그린 유부초밥 캐릭터 ‘유부부부’ 탄생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그림일기를 2년가량 인스타그램에 연재했었다. 이 작업물로 캐릭터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여 수입을 창출함은 물론, 좋은 포트폴리오가 되어 캐릭터 관련 외주 일도 여러 개 따 냈었었다.

 혼자 작업하는 것에 능한 사람이라면 이런 족쇄 같은 일을 만들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나에겐 좋은 작업 습관을 만들어준 너무나 고마운 일들이었다.

돈을 들여 만든 일도 있었지만 돈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받을 수 있는 교육도 있으니 눈여겨 잘 찾아보고 들어보길 추천한다.






이전 05화 회사를 그만둘 때 알아두면 좋은 사소한 이야기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