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믿어야 할까 무엇을 준비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퇴사'라는 단어는 꿈의 단어 이기도, 무서운 단어이기도 하다. '나 퇴사할 거예요!' 외치는 순간 난 퇴사를 꿈꾸거나 행할 사람이 되고, 내가 좋든 싫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과 가려들으면 좋을 사소한 것들을 풀어보려 한다.
디자이너가 프리랜서를 하면 꽤나 자주 듣게 된다. 나와 잘 맞았던 동료, 거래처 직원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기대를 하며 외주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외주를 줄 수도 있지만 그때그때 사정이 다르고 이걸 너무 믿고 다른 외주 구하는 일을 등한 시 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프로젝트 제안이 와서 견적과 스케줄, 레퍼런스 작업들을 리스트업 해서 보내도 일이 들어가기도 전에 취소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나와 컨셉이 맞지 않아서, 일정이 맞지 않아서, 모두 승인이 났지만 최종적으로 프로젝트 자체가 불발되어서 등등 나의 실력이 문제가 아닌 여러 다양한 이유로 일이 엎어지기 때문에 확정이 나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다.
회사를 나오면 업무,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질까? 회사 다닐 때보단 덜하겠지만 크다고 느껴졌던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들은 현실에 대한 압박 스트레스로 바뀌어 다른 형태로 옮겨간다. 결국 스트레스는 없어지지 않으니 대책 없는 사표는 안된다.
내가 회사 생활이 맞는 사람일지, 아닐지를 먼저 파악해서 스펙을 더 쌓을지 아니면 사업을 할지 골라야 한다. 주변에 프리랜서를 무서워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 나에게 이에 대해 많이들 물어본다. 그래서 그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다 보면 딱 답이 나온다 사업을 해도 괜찮을 성격인지 아닌지가. 본인이 더 잘 알겠지만 나에게 확인받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정 하고 싶다고 하면 겸업을 하며 어느 정도 익혀보고 나오라고 말한다. 한 번 노선을 타면 되돌리려면 시간과 정성이 또 들기 때문에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회사를 다닐 땐 함께 상사 욕, 업무 관련 욕을 하며 힘듦을 이겨 냈던 회사 동료가 회사를 그만 두면 남이 된다. 사이가 나빠졌다기 보단 공통된 관심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회사 일 이외에 다른 취미 활동을 함께 한 사이면 회사를 그만두고도 관계가 지속될 수 있지만, 보통 회사 동료와 술 한잔을 해도 대화의 대부분은 회사 욕이기 때문에 관계가 지속되기엔 한계가 있다.
거기에 프리랜서는 일을 하며 외주일과 홍보, 영업도 해야 하고 수입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회사와는 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런데 동료는 내 속도 모르고 '회사 나가서 좋겠다.'는 얘기만 되풀이한다. 그럼 '난 회사에서 나오는 돈 받는 게 최고다.'라고 받아치게 되고 결국 각자의 입장만 되풀이하다 만남이 잦아들게 된다.
사람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른다. 퇴사를 앞두고 갑자기 큰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거나, 개인 사업을 준비하다가 엎어질 수도 있고, 창업준비를 하면서 나는 사업에 맞지 않는 사람이란 걸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회사를 그만둔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닌 나는 가볍고 진중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나는 나름 조용히 진행한다고 했지만 말이 새어 나가면 상사도 알게 된 경우도 있다. 인사에 반영되진 않겠지만 꽤나 눈치 보며 지낼 수밖에 없으니 되도록 말을 아끼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