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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Jan 22. 2023

먹어도 살이 안 찌고
앓던 병도 낫는 비결

토끼효과는 슈퍼파워

계묘년을 맞아 1980년 사이언스에 등재된 토끼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미국 조지아대 생명공학과 로버트 네렘 교수 연구팀은 고지방 식단이 심장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체조건이 비슷한 토끼를 대상으로 몇 달간 똑같은 고지방 사료를 먹였다. 당연히 실험에 투입된 토끼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이 올라갔다. 그런데 유독 한 그룹의 토끼 무리는 예외였다. 혈관에 쌓인 지방 성분이 다른 그룹보다 60%나 낮았고 심지어 건강했다.


비슷한 유전자의 토끼를 대상으로 엄격히 통제한 조건 하에 실험을 한 터라 유독 지방이 쌓이지 않는 토끼 그룹의 건강비결은 실험실을 혼란에 빠뜨렸다. 모든 조건이 같다면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을까? 원인은 뜻밖에도 다른 곳에 있었다. `다정함'이었다. 건강한 그룹의 토끼를 담당한 연구원은 먹이를 줄 때마다 토끼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쓰다듬거나 안아주었다.


정신의학자 켈리 하딩(K. Harding)이 쓴 책 `다정함의 과학'의 원제가 `토끼 효과(The Rabbit Effect)'다. 토끼효과란 다정한 행동과 표현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담을 말이다.

토끼효과 표지

토끼 효과는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속한 공동체에서 교감하지 못할 때 개인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고통을 느낀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배신감을 느낄 때, 이별을 당할 때 뇌는 실제로 칼에 찔린 것과 비슷한 고통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다정함이 지방도 녹이는 건강의 비결이라면 외로움은 비만보다 더 위험한 독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가 진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19세 이상 성인 1만 4093명 대상 설문)에 따르면 평소에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42%, 극단적 선택에 대해 생각할 가능성은 49% 더 높다고 한다. 만성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면 심장 질환과 뇌졸중 발병률은 약 30% 올라간다.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산골에 로제토라는 마을이 있다. 같은 이름의 이탈리아 로제토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광부들이 정착한 마을이다. 스튜어트 울프라는 이름의 의사가 휴양차 이곳에 들렀는데 로제토에서 17년간 일해온 동료 의사가 말하길 로제토마을에는 심장질환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당시는 1950년대 후반으로 미국에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률이 급증해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실제로 로제토에는 심장발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사망률도 이웃 마을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난한 로제토 주민은 싸구려 술에 담배도 많이 피웠고 기름진 요리를 즐겨 비만인구도 많았다.  


울프 교수는 비결을 찾기 위해 로제토에 머물며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았다. 이번에도 비결은 ‘다정함’이었다. 로제토의 인구는 2천여 명에 불과했지만 모임이 22개로 공동체가 활발했다(참고로 1인당 가입한 모임이 가장 많은 나라는 덴마크, 그래서 행복한가?). 로제토에는 3대가 모여사는 집이 많았으며, 만나면 다들 인사를 하고 멈춰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음식을 나눠먹고, 서로를 자주 방문했다. 


알고 보니 다정은 보약, 약을 덜 찾고 병원을 덜 가는 첫 번째 비결이 다정함인 셈이다. 만약 지금껏 건강하게 살아왔다면 주변의 다정한 누군가에게 고마워하자. 다정함은 전염성이 강하다.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대하면 상대도 다정하게 화답한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더욱 다정해질 생각이다. 다들 다정함으로 건강 챙깁시다!


p.s. "다정도 병"이라던데 반론 기다립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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