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멀레코드 Nov 02. 2021

취직만 하면 끝일 줄 알았지1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1-3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1


2016년, 나는 첫 번째 회사에 입사했고, 1년 2개월을 다닌 후 첫 번째 퇴사를 했다.

흔히 말하는 워라밸이 확실한 회사였고, 무난한 분위기의 회사였다.

1년 조금 넘는 기간 다니면서 5명에게 인수인계를 받았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회사 자체는 괜찮았던 것 같다.


(퇴사 통보 후, 나는 2명에게 인수인계를 해주고 나가긴 했지만!

아, 그것부터 사실은 안 괜찮았던 걸지도.. (씁쓸))


아무튼,

내가 첫 번째 회사를 나가게 된 이유는

나에게 유난히도 몰렸던 업무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편집 디자이너로 전직을 하고 싶어서였다.


지금 생각하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다소 어린 생각과 패기로 나는 그렇게 첫 번째 퇴사를 했다.


나는 퇴사 후, 6개월간 디자인 툴을 배우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했고

생각보다 금방 편집 디자이너로 전직에 성공했다.


29살, 신입으로는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였기에,

취직이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로 기뻤고,

그때는 그저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2


디자인 분야에는 예체능 특수 고등학교 출신부터 디자인 전공자 등 어리고, 디자인 능력도 탁월한 이들이 가득 했기 때문에.. 29살에 신입 경력으로, 그것도 디자인 전공자도 아닌 내가 이미 훨훨 나는 디자인 천재들이 그득해보이는 분야에서, 처음부터 남들이 다 알만한 곳에 취직해야겠다는 욕심은 애초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디자인 전문 회사보다는 일반 회사의 디자인팀, 디자인 가능한 인원을 찾는 곳 위주로 지원을 했다. 몇 곳에서 연락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미디어 회사에 두 번째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사수가 있었고, 분위기도 안락해보였고, 대표도 괜찮아보였다. 이것저것 너무 조건따질 상황도 아니어서 일단 입사하고보자 하고는 들어갔다.


일단 들어가고보자는 그 생각은 틀린 결정이었다.


막상 출근을 하고.. 한 달, 두 달... 일이 별로 없었다. 디자인 일 자체도 많지 않았고, 내가 주로 한 일은 회사 sns관리였다. 해본 적도, 관심도 없었던 일이었기에 나는 혼란스러웠고, 퇴사를 고민하게 되었다.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을리 없었을 뿐 아니라, 회식이 잦은 곳이었음에도 대부분 아저씨들이었기에 필수 회식 외에는 불참했다.


그 와중에 회사가 힘들어지면서 안그래도 없던 일은 더 없어졌고, 시간이 어정쩡하게 흐르면서 나는 디자인을 하지 않는 디자이너가 되어있었다. 내 상황에 대한 현타와 회사에서 아저씨인 윗분들과 회식을 피하며 회사 내 나에 대한 이미지도 '사회생활 못 하는 애'가 되면서 회사생활도 점점 엉망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가라앉고 가라앉았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3


회사가 힘들어지자 대표는 나를 불러 눈치를 주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대표에게 너 회사생활 똑바로 안 하냐, 여자 직원인데, 살랑살랑 웃는 맛도 없다면서 너한테 주는 월급도 아깝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퇴근 시간까지 버티고 버티다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원하는 일을 하겠다며 패기있게 퇴사했던 1년 반 전의 내가 떠올라 속상한 마음에 자꾸만 울컥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원하는 건,

단지 하고픈 일을 하면서

의미있게 살고 싶은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건가..

내가 그렇게 잘못된거야?

하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나는 두 번째 퇴사를 했다.




작가의 이전글 30대 프리랜서의 좌충우돌 홀로서기 도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