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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멀레코드 Jan 14. 2022

취직만 하면 끝일 줄 알았지5(完)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11-12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11


나는 병원 홍보팀에 지원했고, 면접볼 때도 나의 주 업무는 병원 홍보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거라고 들었다.


추가로, 아주 가끔 일년에 두세번 정도 원장님이 강의 나가시는데, 가서 강의 준비 세팅하고, 서포트하는 업무가 있다고 했다.


강의 횟수가 많지 않았고, 나는 운전이 가능했기에 별무리 없을거라고 생각해 알겠다하고 입사했다.


첫 강의 서포트를 나가기 전 날, 이사님이 나에게 원장님 서포트를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 쭉 알려주셨다. 그런데 왠걸.. 작은 병원의 원장을 서포트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서포트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까다로웠다.


강의 시작 30분 전에 미리 도착해서 강의장 세팅해놓고, 담당자분들이랑 소통 완료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원장님 도착 전 원장님 비서분과 연락해서 때맞춰 마중나가 차 문 열어드리면서 의전해야하고, 기분 체크하기, 물은 유리컵에 따라서 준비하고 뚜껑을 덮어둬야했으며, 마이크도 유선보다는 무선, 늘 사용하는 포인터 준비하기, 기타 등등 굳이?싶은 이해되지 않는 확인사항이 많았다.


이보다 더 걱정되었던 것은, 그 분의 성격이었는데.. 잘못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xx, 개xx, ... 등 동물농장 욕도 서슴없이 하는 분이라는 이사님의 경고와 함께 긴장 속에 첫 강의 서포트를 나갔다.


첫 강의는 처음이라, 이사님이 함께 가주셨고 여차저차 큰 문제는 없이 마치고 돌아왔으나.. 너무 부담스럽고 마음이 힘들었다. 그나마 강의가 일년에 두세번 정도라는 말에 위안을 삼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내 직장생활은 왜 이런걸까ㅠ 일년에 두세번 있을까말까라던 강의는 자꾸만 잡히더니 한 달에 네다섯개씩 잡혔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12


원장님 강의 서포트는 솔직히.. 사람 자체가 워낙 까다롭고 무서운 탓에 어렵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맥락없고, 영양가 없는 낮은 퀄리티의 강의때문에 청중들이 듣다가 졸거나 킥킥대거나 한 두명씩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걸 보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이런 강의인데, 강의를 해도 반응이 별로일 수 밖에 없지않나 싶었다.

그런데 그 별로인 반응을 내 탓을 하기 시작했다. 10번째쯤인가 강의를 했을 때, 내가 강의 서포트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라며 시말서를 써서 내라고 했다.


너무나 억울했지만, 나는 시말서를 썼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버텼던 건 같이 일했던 다른 직원분들의 위로와 응원 덕분이었다.


그렇지만 결국엔 터지고 말았다.


시말서를 쓰고 그 다음 강의를 나갔을 때, 강의 시작 전 원장은 나를 불러 세워 "야, 너 똑바로 해, 새x야'라고 했다. 시말서 쓴 것도 억울한데, 그런 말까지 들어야하나...


너무 분해서 눈물이 핑돌았고, 강의고 뭐고 그냥 가버릴까 싶었지만 그래도 또 한 번 참았다. 참고 또 참으면서 강의 서포트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겨우 참고 참아 강의를 마무리하고서 사무실로 복귀 후, 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욕과 함께 강의 반응이 왜 그렇냐며, 너 왜 똑바로 안 하냐는 내용의 전화였다.


그 강의 뒤로도 강의는 여전히 3-4개쯤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는 도저히 다음 강의에서 원장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죄송하지만, 저 더는 못 다니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렇게 나는 프리랜서가 되기 전 마지막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그 이후


3년간 3곳의 회사에 취직하고, 퇴사한 이야기를 담은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3번째 퇴사를 마지막으로 저는 3년차 프리랜서로 지내고 있습니다.


아주 잠깐, 한 달도 못 다니고 어이없는 퇴사통보를 당하고 난 후 그때부터 회사를 평생 다닐 순 없겠구나 하며, 월급 외 수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긴 했지만


어찌됐든 준비가 다 되지 못한 채로 마지막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래도 일단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딪혀보자, 정 안되면 다시 취직하게 되더라도 내가 정말 회사 밖에서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프리랜서라 쓰고 반백수의 삶을 시작했어요.


다소 무모한 결정이었고, 꽤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꽤 만족하고, 이제는 조금씩 자리잡아가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회사 밖에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여러 일에 도전하고 저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면서 스스로 정말 많이 성장하고 있거든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그동안 그동안 회사에서 혜택인 줄도 모르고 받아온 것들을 스스로 모두 해결해야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불규칙한 수입과 홀로 일하는 외로움, 업무 공간/시간 분리가 쉽지 않은 점 그리고 홍보/마케팅/브랜딩 공부는 물론, 스킬업을 위한 공부도 계속해야만 하는 등..

정말 해야할 것도, 힘든 일들도 많지만 그래도 저의 자유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지내고 있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저의 좌충우돌 프리랜서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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