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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근처에 있어라

by 루파고

겨울에 되면 자연스럽게 따뜻함이 그립기 마련이다.

추울수록 외투를 여미고 따뜻한 장소를 찾아 헤매게 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오래전 풍경이 되어버렸지만 어렸을 땐 시내에서도 드럼통에 불을 피워 사람들이 모여 손발을 녹이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캠핑 가면 화로에 모닥불을 피우거나 화목난로를 설치해 온기를 만들고 좁은 공간에서 마음을 열기도 한다.

대체로 비슷한데 마음이 추울 땐 더 하다.

몸이 추운 건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쓰라린 마음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무언가를 찾아다니다 운이 좋아 모닥불 같은 존재를 만나면 행운이다.

모닥불 주변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서로 어떻게든 온기를 쬐기 위해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 몸을 조금씩 비틀어 댄다.

어쩌면 이미 몸이 녹아 양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절대 자리를 지키며 한치의 양보도 않는 사람도 있다.

개중에는 자기 갈 길이 바빠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이미 몸을 충분히 녹이고도 딱히 갈 곳이 없어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관계가 그런 것 같다.

어떤 조직이든 모닥불이 되어준 존재가 있다.

그게 기업이 됐던, 상사가 됐든, 동료가 됐든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닥불 주위에 있기를 바란다.

매서운 바람과 혹한을 각오하고 자기 길을 가기 위해 모닥불을 이탈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모닥불은 스스로 유지할 수 없다.

온기를 얻으려 찾아든 사람들이 많을 땐 모닥불도 커져야 할 거다.

때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땔감을 구해오는 사람도 있다.

모닥불을 몇 개 더 피워 군집을 이룰 수도 있다.


제 몸이 타들어갈 것도 모른 채 모닥불로 달려드는 나방이나 벌레도 많다.

흔히 말하는 불나방 같은 존재가 분명히 있다.

나방은 모르겠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눈엔 뻔한 이치일 뿐이다.


삶에서 배운 진리가 있다.

내가 모닥불이라고 판단했다면 모닥불 근처에 있는 게 좋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춥다가 따뜻하면 추위의 강도를 잊는 법이다.

내 길을 가더라도 모닥불 주위에 머물면 언제라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모닥불 주인의 마음이 넓다면 불씨를 나눠줄 수도 있는 법이니까.

(처음부터 그걸 바라는 자가 없진 않다.)





요즘은 LED로 만든 가짜 모닥불도 많다고 하니 항상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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