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그렇지 않다는 걸 깨우쳤지만 지인 중에 곁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누군가를 믿던 분이 있다.
아주 힘들 때 사사로운 베풂 때문에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가진 그에게 또는 그를 통해 그에게 남은 인맥까지 모두 훑어가는 것조차 그는 몰랐다. 그는 자신의 사업이 망가져 바닥을 치는 순간까지 투자했던 형제자매, 친인척과 지인들의 투자금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고 대부분 손실을 입지 않았다. 결국 돌아온 건 전 재산 압류와 갖가지 채권 그리고 금융권의 압박과 제약이었다. 자신은 망가졌을지언정 자기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을 지킨 것이다. 결국 O장이란 직함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됐고 이젠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소소한 삶을 산다. 그런 그는 옆에서 아무리 조언을 해도 듣지 않았다. 그가 어렵고 힘들 때 도와준 그 사람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결계를 친 상태였다. 나중에 그가 어떻게 생각하며 살았는지 알게 됐는데 그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겠지만 내가 보기엔 사실 대단한 도움도 아닌 것 같았다. 답답하고 갈 곳 없을 때 잘 곳 만들어 주고 밥 한 끼와 힘내라는 다정한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는 거다. 물론 힘겨웠던 그에게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됐을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한때 나도 그랬던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다행히도 그의 인성은 자기를 걱정해 조언하는 나를 비난하거나 배척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결계가 느슨해지고 흐느적거리던 시절, 그의 흐트러졌던 정신도 제자리를 잡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던 즈음 그는 주변인의 조언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업이 어려워지던 시절 마지막 자금으로 묶었던 몇억 원의 자금도 사실은 그가 맹신했던 자가 직원을 꾀어 유용되었다는 것도 알게 됐고, 그를 통해 소개받은 인맥을 통해 다양한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이미 본인을 통해 소개받은 사람들 상당수가 회수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투자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걱정이 된 그는 당연히 지인들에게 경계의 뜻을 설파했지만 오히려 돌아온 건 '무슨 짓이냐?' 하는 식의 핀잔이었다. 결국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수십억 원의 투자 피해를 입었다는 친인척도 나타났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것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왜 그런 사람을 소개했냐고들 따지고 들었다. 만약 그가 미리 알지 못하였거나 알고도 말리거나 하지도 않았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이 사건은 이미 기사화됐고 현재 피의자가 구속된 사건이다. 웃기는 건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은 그의 지인 역시 공인이라는 이유로 구설수에 올라 피의자 아닌 피의자가 되었다는 거다.
상대는 나와 같지 않다.
내가 아무리 고맙다 한들 그건 나의 일방적인 생각이다.
그가 나의 고마운 마음을 알까?
그가 나를 이용하려 들지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은 믿음과 신뢰로 흐르는 건데 이런 일들을 직간접적으로 겪다 보면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 나를 보면 나 또한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아무튼 사람은 누구나 잇속에 따라 변화무쌍한 것 같다.
세상에 이런 극한 상황은 거의 없겠지만 어쨌든 상대는 나와 같지 않다.
내 진심과 같지 않은 사람을 필터링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그래도 믿어야지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