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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02. 2023

42. 섬진강 벚꽃 보러 자전거를 타고 갔다네

2주 전 서울에서 함께 라이딩을 하던 친구들이 섬진강 벚꽃 라이딩을 하러 내려온다는 소문을 접수했다.

부산에 동떨어져 혼자 자전거 타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이게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었는지 모른다.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이 바로 어제였다.

8시까지 출발지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전날 라이딩 채비를 하고 일찍 잠이 들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들뜬 이유는 벚꽃이 아닌 반가운 사람 때문이었을까?



출발지는 전북 임실 섬진강생활체육공원이다.

세 시간 넘게 운전하고 가서 조금 기다리니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해 내려온 팀을 만날 수 있었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보니 우리 말고도 섬진강 라이딩을 온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사람이 적지 않을 게 예상되고 있었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다.

8시쯤엔 꽤 춥더니 해가 뜬 후부터 온도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푸릇푸릇해지는 대지는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들꽃과 들풀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라이딩을 하며 보니 앞에 보이는 콧구멍다리가 꽤 괜찮은 포토존이 될 것 같아서 일행들이 다리 위를 지나가는 영상을 찍기 위해 기다렸다.



그들이 자리를 잡은 후 따라 내려가 사진과 영상을 더 촬영해 줬다.



여긴 향가유원지라고 한다.

긴 터널이 있는데 사연이 꽤 많은 듯했다.

단체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어 뭔가를 느낄 겨를이 없었던 게 아쉽다.



섬진강 강줄기가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했다.

지류들이 합쳐지는 게 눈에 띌 정도였다.

몇 년 전 수해 때 복구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하천 위로 철새가 노니는 게 보기 좋다.

온 천지에 꽃이 펴서 어디를 둘러봐도 그저 봄이다.



유명한 한옥카페라고 한다.

여기서 잠시 멈춰 커피 한 잔 하고 가려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알록달록 채색한 게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촌스럽다.



여기 텐트 치고 며칠 머물다 가면 좋겠건만...



코스 중에 구례구역이 있다.

길은 온통 벚나무, 벚꽃이다.

그러나 아직 본격 벚꽃길은 시작되지 않았다.



구례군청 근처를 지나면서 제대로 된 벚꽃길과 멋진 풍경이 시작됐다.

그만큼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몰지각한 운전자들도 많더라.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벚꽃길 동영상을 촬영하느라 도로 옆을 지나는 자전거와 사람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운전자들은 잠재적 사고 유발자 아닌가 싶다.



여기만 건너면 화개장터이다.

내가 처음 이곳을 찾은 게 98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처럼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던 그때의 풍경이 그립다.

주차장이 된 곳 아래 모래사장에서 지리산 도사가 된 지인의 현지식 결혼식이 있었다.

대나무를 빙 둘러 예식장을 만들었는데 그 풍경을 촬영해 두지 못했던 게 너무 아쉽다.






3개 조로 분리해 라이딩을 했는데 뒤에 따라오던 두 팀이 너무 늦어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나야 했다.

그들은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왔지만 난 부산에서 차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다시 차가 있는 장소까지 돌아가야 했다.



임실에서 화개장터까지  105km 정도 거리였으니 다시 돌아가는 길도 그 정도는 가야 한다.

문제는 출발 시간이 4시 40분이었고, 돌아가는 길은 약한 업힐이라 올 때보다 힘든 코스다.

가장 큰 문제는 7시면 해가 질 것이고, 도로의 파란색 페인트만 보며 달려야 한다는 거다.

혹시나 싶어 가장 강력한 랜턴을 준비했지만 혼자 돌아가야 하는 길이라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코스를 확인해야 한다.

돌아가는 코스 55km는 쉬지 않고 빠른 속도로 달렸다.

해가 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달려야 했으니까.

일몰이 숨 가쁜 내 가슴을 더 쥐어짜게 숨 가뻤다.

저 그림 같은 풍경을 한껏 감상할 여유가 없다는 게 서글펐다.

특히 내겐 추억이 깊은 섬진강이라 그냥 두고 떠나는 게 더욱...

원래 계획대로 섬진강에서 캠핑이라도 했다면 지금 같은 아쉬움이 없었으려나...



예상보다 체력은 급히 소진됐고 30km 정도를 남긴 시점에서는 근육도 풀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싶어 가져간 마그네슘을 한 개 먹은 덕인지 쥐가 나거나 하진 않았지만 해가 진 후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역시 준비해 간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달려야 했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준비해 갔던 보조배터리와 랜턴 충전기가 맞지 않아 랜턴을 절약 모드로 써야 했고 그 때문에 길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해가 지기 전엔 그나마 보이던 라이더는 정말 사라진 지 오래였다.

도중에는 해가 거의 다 져 가는데 펑크를 때우는 라이더들이 있었는데 잘 갔는지 모르겠다.






유명한 포토존이라는데...

여기서 이렇게 사진 한 장 건졌다.



중간에 길을 잃어 강을 건너고 건너 한 바퀴 돌아 나온 구간도 있다.

별 거 아닌 코스인데 누적 상승고도가 961m나 된다.

거리는 213.6km

원치 않게 랜도급 라이딩을 하고 온 셈이다.


차가 주차된 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9시 30분이 다 됐더라.

영업하는 식당은 존재할 리 없고, 난 편의점에 가서 사발면 한 개와 김밥 한 줄 사서 먹고 부산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체력 다 뽑아 먹는 라이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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