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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22. 2023

30년 맛집, 104탄-거제동 간짜장 맛집 태화루

알게 된 맛집은 꼭 다녀와야 직성이 풀리는 고질병은 나를 태화루로 끌어내고야 말았다.

관할로는 거제동이지만 연산로터리 근처라 연산동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다.

태화루는 간짜장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나서 11시 좀 넘어 도착했는데 벌써 손님이 있다.

동행한 맛집백과사전 설 모씨는 이십 대 때 이후로 처음 왔다고 하는데 얼추 따져봐도 이십 년 훌쩍 넘어 방문한 거란다.

홀을 지키는 여자분에게 '아저씨는 안 계시냐'는 질문을 하자 딸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주방은 아빠가 본다고 했다.

어쨌든 아저씨는 주방에서 엄청 바쁘신 듯.

곧 전화문의가 와서 통화하는 걸 엿들었는데 자리가 있겠냐는 질문이었다.

빨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간판에 보니 1988부터 시작한 중국집인 것 같은데 35년쯤 된 식당인 거다.

리모델링을 하며 노포 스타일을 유지하려 노력한 흔적은 보이나 간판이 많이 아쉽다.

원래 쓰던 간판을 그대로 붙여 놓았더라면 훨씬 정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단차가 있는 실내 구조가 좀 웃기긴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오래전 이런 스타일의 건물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어딜 가나 마찬가지지만 이게 제일 먼저 나왔다.

그런데 그릇이?

요즘에도 이런 걸 팔긴 하나보다.

일부러 노포 분위기를 내려고 새로 장만하신 듯한데...



난 당연히 간짜장 곱빼기를 주문했다.

밥을 비벼 먹겠다는 일행도 있어 공깃밥도 하나 주문했다.

간짜장 양을 보니 삼랑진 태화반점 생각이 났다.

거긴 역대급이라 어쨌든 비교는 금물이다.

한 숟가락 퍼서 따로 먹어보니 설탕을 많이 쓴 느낌이다.

짜장을 조리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반 중국집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설탕을 엄청나게 써야만 한다.

일부 중국집은 미원도 제법 쓴다고 들었다.

사실 중국집 간짜장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 내용물에서 판가름이 나는데 솔직히 말해서 맛으로는 간짜장 맛집으로 소문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기가 느껴지는 면 위에 간짜장을 부으며 사진을...

요즘 이 샷에 꽂혀서 큰일이다.



고춧가루는 생명!

약 십 년 전부터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중독성이 있는지 이젠 고춧가루를 넣지 않으면 맛이 안 나는 느낌이다.

태화루는 여느 중국집들과 달리 품질 좋은 고춧가루를 비치한 것 같다.



요즘 간짜장 맛집에 계란프라이는 필수적인 듯, 태화루 역시 들어있다.

전분을 많이 넣지 않아 적당한 밀도가 느껴지는 짜장이 면과 잘 비벼진다.

폭풍 흡입이 시작됐고 역시 짜장이 많이 남아 먹밥을 먹지 않겠다던 난 은근슬쩍 공깃밥을 투하시키고 말았다.

지조 없음이다.



한국인은 역시 밥심인가? ㅋㅋ

밥이 들어가니 제대로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고 마지막 사투 끝에 한 숟가락 분량을 남기고 말았다.



나름 정겨운 느낌의 알루미늄 새시 안쪽 모습이다.

이런 풍경을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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