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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26. 2023

152. 문경 27년차 중국집, 서림식당 시골중식볶음밥

서울-부산 왕복하는 길, 저녁식사로 뭘 먹을지 고민하던 중 수안보의 유명 맛집에 가볼 생각이었지만 일요일엔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여 문경의 노포 식당인 서림식당으로 향했다.

만약 전화라도 하지 않았다면 서림식당도 놓치고 말았을 거다.

"이제 퇴근하려고 했는데 빨리 오지 않으면 집에 갈 겁니다."

아저씨의 말에 속도를 높여 식당 앞에 도착하자 식당엔 불이 꺼져 있었고 식당 앞 자전거를 만지작거리는 노인이 보여 옆에 잠시 정차를 했더니 전화했던 사람이 나라는 걸 눈치챈 노인.

인심 좋은 노인은 이제는 볶음밥 1인분밖에 안 남았다며 자전거를 제 자리에 두고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엔 다시 불이 켜졌고, 노인은 주방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칼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서림식당 간판은 최근에 바뀐 것 같다.

만약 나였다면 절대로 간판을 바꾸거나 하지는 않았을 텐데...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다행히 섓시문에 붙여둔 각종 메뉴들이 오랜 시간을 증명하고 있다.

실내에 들어서니 오랜 세월 이 식당을 지켰을 것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요즘 도심에서는 보기 어려운 시골스러운 커다란 달력과 오래된 그림, 언젠가 한 번쯤은 업그레이드되었을 식탁과 의자들.

그중 중국식 장식물이 눈에 띄었는데 화교인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흠씬 풍겨 나는 시골 중국집 분위기를 느끼며 주방 안에서 요리하는 노인의 뒷모습을 도촬 했다.

기껏 소리만 들릴 뿐이었지만 능숙하고 빠른 조리 도구 다루는 요란하지만 정겨운 소리에 감탄하고 있었다.



십 분 정도 지났을까, 테이블 위에 이렇게 볶음밥이 준비되었다.

기대했던 그대로의 시골 스타일의 볶음밥이다.



맛을 봐야 알 일이지만 비주얼 상으론 벌써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은 벌써 8시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짬뽕 국물을 예상했지만 우동 국물이 나와 아쉽긴 했지만 즉석요리에 버금가는 정도로 빠른 속도로 만들어진 것들이라 이것도 감지덕지다.



다시 각도를 돌려 잡아 사진 한 장 추가!



이제 제대로 시식해 볼 시간인데...

우동 국물이 예사롭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난 우동만 가지고 영업을 해도 인기가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다.

짜장은 설탕을 많이 쓰지 않아 많이 달지 않다.

전분도 적당히 들어가 볶음밥 비벼 먹기에 딱 좋은 정도.



후다닥 짜장을 비벼 맛을 보는데 말 그대로 시골의 오래된 중국집에서 파는 딱 그 볶음밥이다.

짜장 비비기 전에 볶음밥 맛을 봤어야 했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비벼버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식사를 하는 동안 노인은 홀에 있는 TV를 켰고 내게 뭐라 말을 걸었다.

발음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충 눈치껏 파악을 하고 잠시 이런저런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의정부에서 내려와 식당을 운영한 지는 27년이 되었고, 문경은 인구도 줄고 관광 등 경기도 좋지 않은 데다, 버스터미널이 옆에 있지만 요즘은 다들 자차로 다니는 편이라 터미널 이용객도 현저히 줄어 지금은 손님이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나마 버스터미널 운전기사들이 단골이라 다행인데 요즘은 7시가 되면 퇴근 준비를 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고 한다.

문경의 전반적인 현황이란다.

2015년 세계국인스포츠축제가 있었을 땐 전에 없던 호황이었으나 그 후론 딱히 마땅히 성공한 지역축제도 없어 점점 낙후되어 가는 문경이 안타까울 뿐이다.

문경 하면, 문경새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문경시와는 거리가 멀다.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를 다니는 사람들이 찾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아무튼 오래된 식당들 중 이렇게 혼자 영업하시는 분들의 맛집들은 세월을 따라 하나둘 사라져 갈 거라는 생각에 앞으로도 열심히 노포 맛집들을 찾아다닐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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