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배우는 제주도 문화와 부동산
나재주는 가슴 뛰는 삼 개월을 보냈다. 아닌 게 아니라 삼 개월간 널뛰는 심장박동에 주체할 수가 없었다. 몸은 서울에 있지만 머리와 가슴은 벌써 제주에 이주해 있었다. 회사 업무는 본능적으로 기능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혼자 실실거리며 웃는 그를 주변 사람들이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잔금을 치르는 날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공항까지는 한 시간도 전에 도착해 있었다. 이번에는 가족을 두고 혼자 내려가서 등기만 처리하고 올라오는 일정이다. 삼 개월간 나재주의 가족들은 판포리 집을 개축하는 데 집중했다. 추가대출도 알아보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될 정도의 규모로만 구상을 했다. 은행권에는 손을 벌리지 않을 수가 없다.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주택담보대출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제약이 있었다. 대출 시 방의 개수에 따라 금액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감정평가금액도 중요했다. 제주도 물건은 제주도 현지 은행에서 대출이 더 쉽다는 것도 알게 됐다. 부동산 사장도 금융권 연결은 매끄럽지 않았다. 별 수 없이 여기저기 발품을 팔면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제주은행 서울지점을 방문하면 제주도에 가지 않고도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감정가의 60% 정도 대출 가능하다. 정확한 건 금융권에 문의하는 게 좋다. (주택의 경우 대출가능 금액에서 방(객실)*1700만 원을 공제하면 된다)
ex_ 감정가 3억 원 주택의 경우 : 1억 8천- 방5*1700만 = 9500만 원 / 대략 이런 공식이 된다.
단, 매매가격이 감정가격보다 낮을 경우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매물에 이 조건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를 예시한 것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제주도 내 대출 관련 사항은 제주도 내 은행이 유리하다. 제주은행 말고도 제주농협, 제주수협 등이 있으니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 보면 좋겠다.
제주은행 서울지점 정보
강남지점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143 고운빌딩
지번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1동 646-18 / 02-734-1711
명동지점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길 43 5층
지번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1가 53-1 / 02-3789-9471
판포리의 집은 안거리, 밖거리로 구성된 전형적인 제주가옥이다. 안거리에는 방이 네 개, 밖거리에는 방이 한 개 있었다. 방들은 작고 천정은 낮았다.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는 편안한 구조가 될 수 없었다. 예상외로 감정평가금액은 높게 산정됐지만 방의 개수가 기준에 초과되어 대출금이 많이 삭감됐다. 나재주의 머릿속에는 판포리 집의 리모델링이 완성되어 가는 중이다. 도면이 머리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의 몸을 실은 렌터카는 한림읍으로 들어섰다. 그의 입에서는 안도의 숨이 내쉬어졌다. 다 왔다는 생각인 거다. 잔금을 치르기 위해 만나기로 한 곳은 그가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부동산이 아니다. 판포리 구옥 매도인이 지정한 부동산에서 잔금 계약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부동산 사장은 수수료를 세 사람이 나누게 되었다며 투덜거렸지만 나재주가 약속한 대로 개인적으로 좀 더 챙겨 주기로 한 것 때문에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나재주는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계약서는 부동산 사장이 대리해서 진행하게 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매도자의 얼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계약서 확실하고 부동산에서 확인중개하니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런데 막상 결전의 그날이 왔음에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는다.
부동산 앞에는 은인이나 다름없는 부동산 사장이 기다리고 있다. 마침 담배 한 대 피우러 나왔다가 마주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매도자는 이미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나재주는 부동산 사장의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었다. 혹시라도 빠진 부분이 있지 않나 해서 재차 검토하는 것이다. 초안을 미리 받아 백 번도 넘게 검토한 계약서였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검토하는 것이다. 만족한 나재주는 인터넷뱅킹을 준비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매도자 측 부동산 사장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나재주의 등줄기에 한줄기 오한이 스쳤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일까? 걱정의 무게가 천 근 같았다. 긴장이 감돌았다. 나재주 측 부동산 사장의 표정도 곱지 않다. 스마트폰의 인터넷뱅킹 앱을 열던 나재주의 손가락에 미세한 흔들림이 보였다. 목 뒤로는 가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갔다. 짧은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긴장한 것이다.
“무슨 일이신지……”
나재주는 말 끝을 흐렸다. 그의 눈은 매도자 측 부동산 사장의 입술에 고정됐다. 원치 않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신에게 빌었다.
“아니. 걱정하실 건 아니고요. 제주도로 입도하신다고 해서…… 외지인 맞으시죠? 원래 제주가 고향이거나 하는 건 아니실 테고.”
나재주는 아직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네. 원래 서울 토박이입니다. 제주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습니다. 그런데 무슨……”
“아~ 별 것 아닙니다만. 잘 아시겠지만 제주도는 괜당이라는 것이 있어요. 특히 외지인이 들어오면 한동안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겁니다. 제주도민은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육지 것들. 아~ 죄송합니다. 나쁜 표현은 아닙니다. 육지에서 오신 분들을 일컫는 제주도 특유의 표현입니다. 아무튼 육지에서 입도하는 분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 시골 어딜 가도 마찬가지겠지만, 계속 사실 계획이시라면 동네분들과 친하게 지내세요. 가급적 인사도 잘하고 다니시고 행사 같은 건 참여해 주세요. 노인들께 잘만 하시면 점수도 땁니다. 예전에는 서로들 기피하는 바람에 이장을 맡을 사람이 없었지만 요즘은 역현상이 벌어져 이장 못해서 난리입니다. 이장선거 관련해서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을 지경이니까요. 아무튼 제주도는 이장님 파워가 정말 강합니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리사무소가 있는 곳이 바로 제주도랍니다. 이장님만큼 잘 지내야 할 분은 이장님과 같이 업무를 보는 사무장님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대통령은 바뀌어도 공무원은 바뀌지 않지요? 그런 이치입니다. 노인회장님과도 잘 지내시고요. 그쯤 알고 계시면 제주도에서 사는 데 그다지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가급적 다툴 일을 만들지 마세요. 동네가 좁아서 금세 소문이 납니다. 그리고 소문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팔이 부러져 건너 마을에 소문이 퍼지면 팔을 잘랐다고 알려지는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소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서운 겁니다. 한 사람 매장시키는 건 아무 일도 아니거든요. 특히나 외지인의 경우엔 더 심합니다. 제주도는 거의 부락, 씨족 사회로 마을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한 집 건너면 사촌 혹은 처가 식구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중산간 쪽 마을로 가시면 더욱 심합니다. 읍사무소, 면사무소가 있는 지역은 좀 낫지만 외딴 마을 같은 곳은 폐쇄성이 더 짙다고 보시면 됩니다. 바닷가 마을은 말 그대로 어촌이 많고 중산간 마을은 목장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 성향도 조금씩 다릅니다. 지금이야 교통이 편해졌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서쪽 사람과 동쪽 사람이 결혼하는 일도 흔치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동서 혹은 남북으로 결혼을 한다 치면 인연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분들까지 계셨으니까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처신만 잘하시면 행복한 제주생활이 되실 거라는 겁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이번 계약으로 행복하시면 좋겠네요.”
나재주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부동산 사장의 설명을 들었다. 처음 듣는 말은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덕에 마음을 다잡게 된 것이다.
잔금을 치르고 법무사를 통해 등기 관련 업무를 마친 나재주는 부동산 사장에게 통갈치조림 정식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거나하게 식사를 대접했다. 온몸의 긴장했던 세포들이 나른해지는 것만 같았다. 부동산 사장과 열 번은 흔들었을 것 같은 긴 악수를 종점으로 헤어지고 자신의 인생을 보듬어줄 판포리 구옥으로 향했다. 멀리서 다가오는 판포리 구옥은 나재주에게 어서 오라며 손짓했다. 너울거리는 판포바다는 역시 언제나처럼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나재주는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잔디가 깔린 마당에 들어선 그는 철퍼덕 잔디 위에 드러누웠다. 파란 하늘에는 구름이 뭉치뭉치 떠다녔다. 구름을 벗어난 태양은 강렬한 빛으로 그를 맞아주었다. 감사함을 담은 빛이었다. 그는 따스함을 한 몸 가득 느끼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잔디밭을 뛰어노는 두 딸이 보였다. 흔들의자에는 서로에게 몸을 기댄 그들 부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제주도는 서울특별시의 세 배에 준한다. 1950미터 높이의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서 방사형으로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다. 제주도는 가장 긴 축으로 73km, 남북으로 31km에 이른다.
제주도에 살면 가장 먼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 거리에 대한 부분이다. 지역주민들은 자가차량으로 삼십 분 정도의 거리라면 고개를 젓는다. 멀다고 느끼는 것이다. 육지에서 살던 사람들은 출퇴근조차 한두 시간 정도 걸리니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사실 그것은 물리적인 거리보다 심리적인 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실제로 물리적인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지만 거리에 대한 중압감도 크거니와 도로사정이 예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좋아졌음에도 동과 서, 남과 북이 갈라놓은 심리적 괴리가 큰 것이 문제다. 딱 한두 달만 제주도에 살아보면 제주도민의 그 괴리감이 서서히 전염됨을 느낄 수 있다
1. 서문
2. 긴급회의
- 제주의 장묘문화
- 제주신화와 오름
- 진입로를 막아 선 묘적지
- 묘적지, 무연고묘지
- 국가기관 소유의 묘적지 인수
3. 급매물
- 제주도 주택문화의 이해
- 계약서 없을 경우 계약금 반환에 대한 사례
- 문화재와 개발 인허가문제
- 제주도 토지 특성
- 농지 취득 시 알아 두어야 할 정보
4. 건축업자가 되는 길
- 괜당이란
5. 선물
- 제주도 제2공항에 대한 단상
- 김녕 도시계획 등 정보
- 예래지구 문제
6. 고뇌
- 제주도 농업
- 영어교육도시와 제주신화월드
7. 오늘은 잔금 치르는 날
- 제주은행 서울(육지)지점 정보, 주택담보 대출 시 유의해야 할 점
- 지도상 거리, 물리적 거리, 과거와 현재의 교통편
8. 푸념
- 곶자왈이란, 곶자왈 훼손에 관한 의견
9. 배 회장의 서류
- 중산간지역의 훼손, 골프장 건설로 망가진 한라산
10. 올 것이 오다
- 토지거래 시 유의할 점, 세금문제, 다운계약에 관한 지침
11. 제주도민이 되고 싶어요
- 건축물 양성화 신고 관련 내용, 법규
- 제주도 건폐율과 용적률
- 건축법상 진입로 규정
12. 제주색 건축
- 제주도 건축법 개정안
- 보전등급, 상대보전, 절대보전에 관한 법률
- 절대보전/상대보전지역
- 특화경관지구(구. 수변경관지구)
- 오름에 붙은 토지의 규제
- 동굴보호에 묶인 토지
-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 LNG기지와 가스관 공사
- 지하수 문제
13. 실행력 없는 비전은 비극이다
14. 귀한 존재라는 걸
- 농지전용/산지전용
15. 돼지 잡는 날
- 진입로 관련법안/일반토지사용승낙서와 영구토지사용승낙서
- 제주도 일자리 문제
- 제주도 커피숍 분포
- 제주도 교육환경
- 제주살이, 한 달 살이 그리고 제주도 인구의 진실
16. 건축업자의 길
- 제주색 묻어나는 건축물들
- 제주도 행정구역 편제
17. 현실성 없는 정책도 비극이다
- 제주도 양돈과 환경오염 문제
18. ROLEX
- 제주도 농가주택과 자폐증의 상관관계
19. 제주살이
20. 올레의 비밀
21. 푸른빛 더러운 제주바다
22. 오수관 있나요?
- 오수관, 상수관 관련 내용
23. 제주도민이 되다
24.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