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제주도민이 되고 싶어요

소설도 배우는 제주도 문화와 부동

by 루파고

나재주는 하루빨리 제주도민 할인을 받고 싶었다. 사우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우나 마니아인 그는 제주도에 넘어온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탄산온천을 제집 드나들 듯했었다. 온라인 프로모션 가격으로 할인을 받아 이용하기는 했었지만 제주도민 할인혜택은 그의 로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제주도민이 되는 길엔 아직 복병이 많이 남아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에서 먹고 살 직업을 찾는 것은 기본이다. 집을 리모델링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 학교문제까지 신경을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로망이 곧 현실로 닥쳐오고 있다. 나재주와 가족들은 꿈에 부풀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집을 수리하는 것이다. 그동안 연구하고 공부했던 것들을 쏟아내고 땀을 좀 흘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나재주는 판포리 관할인 한경면사무소로 향했다. 건축담당 담당자는 자리에 없었다. 최근 들어 건설 및 건축 관련업무가 대폭 늘어 담당자가 과로로 쓰러질 정도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업무를 보기 위해 찾은 사무소에 담당자가 없으니 난감했다. 주중에 휴가를 내어 찾아온 것이라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 나재주는 두어 시간을 기다린 끝에 현장실사를 다녀온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면사무소 업무시간이 한 시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내일은 토요일이라 마음이 급했다. 궁금한 것들을 모두 해소하고 리모델링에 관련한 제반 필요서류에 대한 정보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담당공무원의 얼굴은 피곤에 절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친절하게 나재주의 민원을 접수했다. 공무원이 제주어를 섞어 설명하는 통에 나재주 입장에서는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이해도가 떨어지는 그에게 하나하나 체크해 주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생전 처음 건축 관련 업무를 보는 그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함 그 자체였다. 자연녹지에 자연취락지구인 판포리 주택은 건폐율 50%에 용적률 100%. 대지 170평, 건축 33평(안거리25평/밖거리8평) 그리고 건축물대장은 없는 미신고건축물이다. 부동산 사장의 말 대로 양성화신고를 하면 된다.

담당 공무원은 나재주가 내민 지번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나재주의 눈에 공무원의 고개가 갸우뚱한 것이 보였다. 불길한 기운이 엿보였다. 그의 속은 빠른 속도로 타 들어갔다. 입도 메마른 것만 같았다. 원치 않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공무원의 눈이 작아지는 듯하더니 이내 마우스를 이리저리 클릭했다. 마침내 그가 나재주를 보며 말했다.

“안쪽으로 잠시 들어오시죠.”

나재주는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두 발은 꼼작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힘이 쪽 빠지고 후들거리는 느낌만 전해졌다. 어질어질하며 머릿속도 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나재주는 탁자를 짚어 힘을 내었다. 상담테이블이 길게만 느껴졌다.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없었다. ‘설마. 아무 일도 아닐 거야. 무슨 일이야 있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별 문제가 있을 수가 없었다. 집 멀쩡하고 등기 정확하게 옮겼고 한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는 것이다. 공무원은 그가 옆에 서자 의자 하나를 당겨 앉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하반신이 무너지듯 철퍼덕 의자에 몸을 기댄 그는 모니터 안의 마우스 커서에 집중했다. 지적도였다. ‘대체 무슨 일이지?’ 나재주는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별일 없을 것이라고 추스르던 마음은 사라지고 없었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식은땀이……”

공무원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아! 아뇨. 괜찮습니다. 몸이 안 좋은가……”

공무원은 다시 모니터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거 보시면요. 여기 진입로에 문제가 좀 있습니다.”

빙글빙글 돌리는 공무원의 마우스 커서에 나재주의 눈동자가 따라 움직였다.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거죠?”

진입로는 대형 덤프트럭이 드나들어도 될 정도로 넓었다. 흔히들 말하는 현황도로만 넓은 게 아니었다. 지적상 도로 역시 6미터가 넘었다. 좁은 병목구간도 없었다.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 집은 현황상 여기 이 길 말고는 없습니다. 지적상은 앞에 다른 길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폐도나 마찬가지고 그 위에는 다른 사람 주택이 반쯤 올려져 있습니다. 현재 사용 중인 도로는 지적상으로 보나 현황상으로 보나 다가구주택을 지어도 될 정도입니다. 그건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있네요. 여기 보시면 아래 두 필지가 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필지 모두 사도입니다. 남의 땅인데 도로로 쓰고 있다는 겁니다. 토지사용승낙서가 없으면 앞으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생각보다 까다로운 분쟁의 여지가 있어서 말입니다. 만약 아래 두 사람이 도로를 막거나 재산권을 주장하여 그 위에 건물을 짓거나 하면 통행이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 항상 그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외지인이 주택을 지을 경우 동네에서 좋아 보이지 않는 행동을 하는 분들이 가끔은 있거든요. 이건 정말 민감한 문제라서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증축을 하고자 하시면 꼭 진행해야 하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토지사용승낙서가 없으면 추가건축은 불가능합니다. 증축 또한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공무원의 말에 나재주는 한 시름 덜은 기분이 들었다.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결하지 못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든 것이다. 대지가 170평이라 바닥 평수를 총 85평까지 건축할 수 있으니 원래 계획상으로는 건물을 하나 더 올릴 계획이었다. 그곳에다 민박을 칠 요량이었다. 여름철 판포리 바다를 찾는 손님들에게 방을 제공하여 거기서 번 돈을 살림에 보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안거리 25평은 2층으로 증축하고 밖거리 8평은 그냥 아이들 놀이방이나 공부방으로 사용케 하고 싶었다. 아무튼 큰 문제는 아니라고 그는 마음을 정리했다. 공무원의 지적으로 문제점을 알게 됐으니 이젠 사안을 들고뛰면 된다는 생각인 것이다. 직장 내에서도 나름 해결사라면 해결사로 정평이 나 있는 그였다.



<건축물 양성화 신고 관련 내용, 법규>

1980년, 1981년 두 차례에 걸쳐 45,871건을 양성화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에 562건, 2005년에 1,2378건이 한시적 신청으로 양성화되었다. 하지만 다음 시기를 기다릴 수는 없으니 건축사에게 의뢰하여 진행하시면 머리 아플 일이 없을 것 같다. 육지에도 건축물 신고가 되어있지 않은 주택이 많지만 제주에는 특히 많은 것 같다. 마을 어디에 가도 폐가가 된 주택이 많다. 누구도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에 관공서에서도 무난하게 처리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래는 무허가주택 양성화신고대상이 되는 주택의 기준이다.

가구당 전용면적 85m² 이하 다세대주택

연면적 165m² 이하 단독주택

연면적 330m² 이하 다가구주택 등 서민 주택으로 한정



<제주도 건폐율과 용적률>


화면 캡처 2023-07-05 175342.png



<건축법상 진입로 규정>

원룸(다가구) 진입도로 규정


통과 도로일 경우

9 가구 이하 : 4미터

10~29 가구 : 6미터


막힌 도로일 경우

10 가구 미만 : 2미터

10~35 가구 : 3미터

35 가구 이상 : 읍면 지역 4미터 / 시 지역 6미터


주차규정

전용면적 40㎡ 당 1대

전용면적 30㎡ 미만의 경우 0.7대


단독주택의 경우 도로 폭이 1.8미터 이상이면 제약이 없다.

만약 진입로에 1.8미터 이하의 병목이 있는 경우 연면적 15평까지만 건축이 가능하다.

단독 및 공동주택 관련 도로 폭 규정은 뒤에 나올 건축법 개정안에 정리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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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상 도로폭 재기.jpg

스케일 자 하나만 있으면 건축사 문의 없이도 도로 폭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






1. 서문

2. 긴급회의

- 제주의 장묘문화

- 제주신화와 오름

- 진입로를 막아 선 묘적지

- 묘적지, 무연고묘지

- 국가기관 소유의 묘적지 인수

3. 급매물

- 제주도 주택문화의 이해

- 계약서 없을 경우 계약금 반환에 대한 사례

- 문화재와 개발 인허가문제

- 제주도 토지 특성

- 농지 취득 시 알아 두어야 할 정보

4. 건축업자가 되는 길

- 괜당이란

5. 선물

- 제주도 제2공항에 대한 단상

- 김녕 도시계획 등 정보

- 예래지구 문제

6. 고뇌

- 제주도 농업

- 영어교육도시와 제주신화월드

7. 오늘은 잔금 치르는 날

- 제주은행 서울(육지)지점 정보, 주택담보 대출 시 유의해야 할 점

- 지도상 거리, 물리적 거리, 과거와 현재의 교통편

8. 푸념

- 곶자왈이란, 곶자왈 훼손에 관한 의견

9. 배 회장의 서류

- 중산간지역의 훼손, 골프장 건설로 망가진 한라산

10. 올 것이 오다

- 토지거래 시 유의할 점, 세금문제, 다운계약에 관한 지침

11. 제주도민이 되고 싶어요

- 건축물 양성화 신고 관련 내용, 법규

- 제주도 건폐율과 용적률

- 건축법상 진입로 규정

12. 제주색 건축

- 제주도 건축법 개정안

- 보전등급, 상대보전, 절대보전에 관한 법률

- 절대보전/상대보전지역

- 특화경관지구(구. 수변경관지구)

- 오름에 붙은 토지의 규제

- 동굴보호에 묶인 토지

-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 LNG기지와 가스관 공사

- 지하수 문제

13. 실행력 없는 비전은 비극이다

14. 귀한 존재라는 걸

- 농지전용/산지전용

15. 돼지 잡는 날

- 진입로 관련법안/일반토지사용승낙서와 영구토지사용승낙서

- 제주도 일자리 문제

- 제주도 커피숍 분포

- 제주도 교육환경

- 제주살이, 한 달 살이 그리고 제주도 인구의 진실

16. 건축업자의 길

- 제주색 묻어나는 건축물들

- 제주도 행정구역 편제

17. 현실성 없는 정책도 비극이다

- 제주도 양돈과 환경오염 문제

18. ROLEX

- 제주도 농가주택과 자폐증의 상관관계

19. 제주살이

20. 올레의 비밀

21. 푸른빛 더러운 제주바다

22. 오수관 있나요?

- 오수관, 상수관 관련 내용

23. 제주도민이 되다

24.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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