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가 바람에 등이 밀려 휘날린다.
바람은 눈꽃놀이 하자며 힘없이 늘어진 나를 밀어낸다.
날다 지친 눈송이가 바닥에 곤두박질 친다.
늦게 도착한 눈송이가 그 위로 포개진다.
바람에 몸을 던져 바닥 위 눈송이 무리에 포개어 굴러본다.
나를 피해 스쳐가던 눈송이도 곧장 바닥을 구른다.
놀이로 비대해진 몸뚱이는 몇 겁을 굴러도 멈출 것 같지 않다.
아무것도 바랄 게 없으니 무한정 자유로워도 되지 않나?
아무것도 아닌 무엇이 자유로운 영혼을 붙든 채 놓아주지 않는다.
어딘가 내게 나눌 따스함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녹아 녹아, 흔적 없이 녹아내려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