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중에 모죽이라는 대나무가 있다고 한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도 5년은 지나야 싹을 틔운다는데 그 후론 하루에 자라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란다.
하루에만 수십 센티미터 생장하면서 겨우 두 달 안에 무려 삼십 미터 이상 자라는 대나무가 바로 모죽(毛竹)이다.
모죽은 무려 5년이란 세월 동안 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모죽이라는 대나무가 다시 생각난 건 몇 년 전 모죽에 대한 글을 쓸 생각으로 작가서랍에 갈무리해 놨던 메모가 기억났기 때문이다.
어디서 보니 대나무의 수령 역시 100년이라고 하는데 대나무에게 있어서도 5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작은 시간이 아니다.
요즘 흔히 100세 인생이라고들 말한다.
인간도 대나무와 비슷하게 10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무려 5%, 1/20이나 되는 엄청난 기간이다.
인간이야 자아가 자리 잡는 유아기 등의 성장과정이 필요한 시기가 있으니 그렇다 치고, 인간 같은 뇌 활동이 없는 모죽에게 동급으로 적용할 수야 없는 일이겠으니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는 게 정상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모죽은 5년 동안 땅 속에서 자리를 잡아 세상 밖으로 나서기 위해 뭔가 중요한 준비를 하고 있었을 거다.
모죽이 5년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인간이 밝혀낸 바 없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인생의 시작을 20세부터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나 스스로와의 타협인지 모르겠지만 난 인생을 내 마음이 다져진 후에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환영받을 일이다.
새로 시작했다는 건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희망을 품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지난 과거는 모죽의 5년과 다르지 않을 거다.
자꾸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보다 실수를 바탕으로 성장하려 노력하는 게 바른 발상이다.
생각이 유연하지 못하면 자꾸 과거에 치우치게 된다.
현 상황에 맞는 가장 적합한 길을 여는 게 가장 핵심인 것이다.
참고로 전 세계의 대나무는 1200종이나 되고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14종이라고 백과사전에 나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