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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16. 2020

희망은 위험한 거지

영화 <1917>에서

"오늘은 끝날 거란 희망이 있었다. 희망은 위험한 거지. 다음 주면 다른 명령이 내려올 거다. '일출과 함께 공격하라' 이 전쟁을 끝내는 길은 하나뿐이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모두 죽는 거지."


어디서 많이 보던 양반이 카메오로 출연해서 인상 깊은 몇 마디 말을 남겼다. 닥터스트레인지로 더 유명해진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다. 두 시간에 가까운 긴 영화인데 가슴을 울리는 대사는 딱 이 한 마디였던 것 같다.


희망은 위험한 거지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총알과 포탄 사이를 뛰어다니는 병사들 중에서 16,000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임무를 달성해야 하는 두 사람. 그나마 한 사람은 친형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나설 수 있었겠지만 정작 그거 죽은 후 주인공은 임무를 완수하려는 의지 어디서 나온 걸까?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 중에서 제법 리얼리티 있고 일관된 목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영화들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개개인의 사연과 잡다한 상황을 소화하기 바쁜데 반해 영화 <1917>은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미션 클리어를 목표로 한다.


사선의 코 앞까지 오가는 수많은 고비를 겪으며 미션을 완수하는 순간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희망을 위험한 거라고 말한다. 우리는 현재 진행형인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위험요소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지만 우리는 희망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순 없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이라도 보인다 싶으면 없던 체력도 솟아나는 게 인간의 의지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몇 마디 말을 다시 되짚어보면 죽음에 이르러서야 희망의 끝이 보일 거라는 암시 같은 걸 한 건 아닐까 싶다. 전쟁이란 그런 거라고 에둘러 표현한 걸까?


아무튼 삶에 어떤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희망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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