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우 Oct 24. 2021

건빵별사탕

일 년에 열흘만 입을 수 있다는 트렌치코트를 어제 세탁소에 맡겼다.
제주도에 있었고 오스트리아에도 신혼여행으로 다녀와서 한 달은 더 입을 수 있었기에 그나마 돈이 덜 아까웠다.
하지만 이제 그 윗도리를 걸치고 다니는 건 마음부터 시려와 그만 입기로 했다.
내가 그 옷을 입고 나간다고 할 때마다 동사할 것을 염려하는 조여사 마음도 생각했다.

세탁소에 가기 전 혹시 모를 외투 주머니 속 지폐 한 장을 기대했지만 내 주머니에서는 마트 영수증이 나왔다.
장 보러갈 때 신경 좀 쓰고 갔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옥의 호주머니에선 건빵별사탕이 나왔다.
아내는 이 옷을 입고 무얼 했을까? 혹시 나 모르게 해병대 캠프 같은 일탈행위를 한 것은 아닐까?

오늘 아침에 아내를 데려다 주면서 별사탕의 출처를 조심히 물었다.
다행히 그것은 얼마 전 을지훈련을 했을 때 나누어 준 건빵의 흔적이었던 것 같았다.
한 쪽 주머니에는 건빵을 또 다른 주머니에는 별사탕을 넣고 말년병장이나 할 수 있다는 일대일 황금 비율로 먹었다고 했다.
이로써 의심은 풀렸지만, 그렇다면 별사탕과 짝짓기를 하지 못했을 수많은 건빵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옥은 당연하다는 듯이 남은 건빵들은 주변 선생님들에게나눠줬다고 했다.    
내 아내가 동료들에게 별사탕 없이 건빵을 먹이는 가혹행위를 했다는 것을 대한민국 예비역 육군병장인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시대정신에 발맞추어 조용히 교육청에 투서를 할까 했지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워 오늘도 참기로 했다.
다음에는 물이라도 같이 드리라고 해야겠다.

이전 10화 결혼기념일에는 수육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