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열흘만 입을 수 있다는 트렌치코트를 어제 세탁소에 맡겼다.
제주도에 있었고 오스트리아에도 신혼여행으로 다녀와서 한 달은 더 입을 수 있었기에 그나마 돈이 덜 아까웠다.
하지만 이제 그 윗도리를 걸치고 다니는 건 마음부터 시려와 그만 입기로 했다.
내가 그 옷을 입고 나간다고 할 때마다 동사할 것을 염려하는 조여사 마음도 생각했다.
세탁소에 가기 전 혹시 모를 외투 주머니 속 지폐 한 장을 기대했지만 내 주머니에서는 마트 영수증이 나왔다.
장 보러갈 때 신경 좀 쓰고 갔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옥의 호주머니에선 건빵별사탕이 나왔다.
아내는 이 옷을 입고 무얼 했을까? 혹시 나 모르게 해병대 캠프 같은 일탈행위를 한 것은 아닐까?
오늘 아침에 아내를 데려다 주면서 별사탕의 출처를 조심히 물었다.
다행히 그것은 얼마 전 을지훈련을 했을 때 나누어 준 건빵의 흔적이었던 것 같았다.
한 쪽 주머니에는 건빵을 또 다른 주머니에는 별사탕을 넣고 말년병장이나 할 수 있다는 일대일 황금 비율로 먹었다고 했다.
이로써 의심은 풀렸지만, 그렇다면 별사탕과 짝짓기를 하지 못했을 수많은 건빵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옥은 당연하다는 듯이 남은 건빵들은 주변 선생님들에게나눠줬다고 했다.
내 아내가 동료들에게 별사탕 없이 건빵을 먹이는 가혹행위를 했다는 것을 대한민국 예비역 육군병장인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시대정신에 발맞추어 조용히 교육청에 투서를 할까 했지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워 오늘도 참기로 했다.
다음에는 물이라도 같이 드리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