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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하 Norway May 21. 2023

텐트 밖은 노르웨이 01- 봄

얘들아, 안녕?

잘 지내니?


선생님은 지금 캠핑장이야. 캠핑장 호숫가에 앉아서 편지를 쓰고 있어. 요즘 <텐트 밖은 유럽-노르웨이 편>이 방송 중이던데 혹시 봤니? 노르웨이 겨울 캠핑에 도전하다니 제작진도 출연자들도 대단한 것 같아. 추위를 많이 타는 선생님은 겨울 캠핑에는 엄두를 못 내지만 봄 캠핑은 도전해 볼만해서 날씨 좋은 주말을 골라 첫 캠핑을 왔어.


경치를 보여줄까?


캠핑장에 들어서면 호수가 눈에 가득 들어오고 호수 뒤쪽으로는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은 설산이 보여. 눈과 구름이 맞닿으면 구름인지 눈인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해. 캠핑 의자를 펼치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선생님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저 설산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마음껏 누리고 싶을 뿐이야. 



산에서 내려오는 물살은 호수에 한가득 모이고
바람과 햇살과 함께 물결층을 만들어 내고 있어.


캠핑장에는 야외 사우나도 있는데 원통 모양의 사우나라서 바깥 풍경이 더 예쁘게 그려지는 것 같아. 사람들은 사우나를 하면서 시원한 음료나 맥주를 마시고, 더워지면 나와서 물속에 뛰어들어.


북유럽 사람들은 꽤 차가운 물에도 잘 들어가는 편인데, “으으윽!” “아아앜” 소리를 내는 거 보니까 진짜 물이 차가운 가봐. 계곡을 따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물살은 지난 겨울 내내 쌓인 눈들이 녹은 물일 거야. 엄청 차갑겠지. 


첫날밤에 텐트에 누워서 자려고 누웠는데, 계곡 물소리가 너무 큰 거야. 낮에 텐트 밖에 있을 땐 소리가 들리지 않았거든. 그런데 밤이 되니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살이 텐트 안까지 들어올 기세로 메아리를 만들더라. 얼마나 큰 계곡인가 싶어 다음날 아침 산책을 다녀왔어. 밤의 소리는 험상궂었는데 낮의 소리는 또 시원하기만 한 거 있지. 


산속에는 밀물과 썰물이 없지만
겨울 눈이 녹아내리는 봄은
산속 호수의 밀물 시간이 아닐까 싶어. 



여기는 북유럽이잖아. 태양의 고도가 낮아서 그런지 햇빛이 정말 따뜻해. 낮에는 반팔을 입고 지내다가 구름이 끼거나 해가 지는 시간이 되면 패딩을 꺼내서 입어. 그리고 불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지. 춥긴 하지만 텐트 안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 경치를 즐기러 왔으니 추위는 반드시 견뎌야만 해.


노르웨이는 추운 나라라서 캠핑을 많이 하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르겠어. 노르웨이는 자연경관이 끝~~ 내주기 때문에 곳곳에 캠핑장이 있고 캠핑카나 카라반으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선생님이 이번에 온 캠핑장도 정경이 멋지고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꽤 인기가 많은 곳이야. 여름엔 예약하기 쉽지 않지. 작년에 선생님 가족들이 여기에 와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정말 예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선생님도 이곳에 왔네.


얘들아, 너희는 어떤 여행을 하며 살고 싶니? 선생님은 어렸을 때 여행을 많이 하면서 자라지 못했어.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기회가 되면 외국에 살아보고 싶었어. 그러다, 어쩌다 선생님은 정말 여기 노르웨이에 살고 있네.


“인생은 정말 내가 의도한 대로 흐르는 걸까?”


너희의 일주일을 또 응원해!!!

또 편지 쓸게.


- 노르웨이 캠핑장에서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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