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편지#01] Coffee Drinking Way

파리의 마미바바와 오슬로 노하

by 김노하 Norway




하이, 노하 님


산책하면서 동네 카페에 앉아 편지를 써봅니다. 원래 손 편지를 쓰려다 일단 여기에 적어봐요. 시작은 사진 얘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편지까지 쓰게 됐네요. (지금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노하 님은 어떤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전 아침에는 직접 핸드그라인더를 이용해 갈고 이탈리아 모카포트를 이용해 블랙커피를 마셔요. 최대한 뜨거워야 좋아해요. 한동안 뜨거운 커피에 집착한 적도 있어요. 뜨거운 커피가 아니면 무지 화가 나가도 했답니다. 아마 정성을 안 들인 커피라 생각했을까요? 그리고 꼭 내가 만든 퀼트 컵받침에 커피를 주지 않음면 무척 화가 났었어요. 왜냐고요? 저도 몰라요. 이것도 아마 관찰해 봐야겠네요.

나만의 '커피 마시기 웨이'가 있는 듯해요. 누군가는 까다롭다고 별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한동안은 상대방의 방식에 맞춰서 커피를 마셨어요. 그러다 오기로 “난 나야!”하면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커피를 마셨지만 괜히 고집부린 것 같은 마음에 긴장하며 커피를 마셔서 마음껏 즐기지는 못했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게 나 스스로 아끼는 방법인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카페에 와서도 당당하게 내가 원하는 커피를 말해요.

"오트밀크라떼, 싱글숏 그리고 매우 뜨겁게…."

뜨겁지 않으면 다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요. 그리고 여기서도 받침을 꼭 받쳐요. 모찌를 그냥 냅킨에 주면 전 작은 찻잔을 달라고 해서 모찌를 꺼내서 올려놔요. 여기서 일하는 분들이랑 친해져서 제가 물어보지 않아도 그렇게 챙겨 줘요. 그리고 그들은 절 한국어로 ‘엄마’라고 불러요. 그래서 저의 아이들이 챙겨주는 것 같아 더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노하 님도 커피를 마실 때 노하 님 만의 커피 마시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 파리에서 마미바바로부터




하이, 마미바바 님


마미바바 님, 안녕하세요. 편지를 받고 얼마나 설레었는지 몰라요. '커피 마시기 웨이'라는 바바 님의 표현이 너무 새롭게 느껴져서 얼른 답장을 쓰고 싶었답니다. '커피 마시는 방법'이란 말보다 낯설면서도 우리들의 공통분모가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요.


저의 '커피 마시기 웨이'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어요. 요즘은 그냥 캡슐 커피를 마시거든요. 예전에는 원두를 사서 드립 커피를 마셨어요. 남편은 제가 막 드립을 해도 맛있다면서 커피 머신을 사지 말자고 했답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을 다녀온 사이에 집에 커피 머신이 생겼어요. 깜장 바리스타가 집에 들어온 이후 저는 원두콩을 사지 못하고 있어요. 원두콩의 향이 살아 있을 때 콩을 다 먹지 못할 것이 뻔하거든요.

마미바바 님, 카페 직원이 바바 님이 원하는 커피를 기억해 준다니 정말 부러워요. 저희 집 주변에는 동네 카페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없거니와 시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도 저에게는 꽤 드문 일이에요. 그러니 바바님처럼 카페 직원과 친해질 기회가 없답니다.

전 주로 집에서 혼자, 모닝커피를 마셔요. 전 커피를 하루에 한 잔만 마시거든요. 그래서 모닝 커피를 마시는 동안은 최대한 제가 하고 싶었던 것, 제가 원하는 걸 다 해줘요. 커피 자체에 까다롭게 구는 편은 아니지만 커피를 마실 때 대충 마시고 치워버리는 건 정말 싫어요.

보통 저는 가족들이 다 나가고 난 후 주변과 제 스스로가 모두 정돈된 후에 저를 위한 모능 커피를 준비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키친 테이블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초콜릿 몇 조각을 예쁜 그릇에 올려둬요. 카페는 아니지만 커피를 마실 때만큼은 저는 저를 아주 귀중한 손님으로 대해요. 사실 오슬로에 살면서 나를 귀하게 여기는 이 시간을 만드는 데까지 십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매일 오전 10시. 지구 저 반대편에서 자란 커피콩의 씁쓰리함과 노르웨이에서 만든 달달구리한 초콜릿이 입안에서 만나는 순간,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답니다. 혹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모티브가 노르웨이 초콜릿 '프레야'인 것을 아시나요? 파리의 초콜릿에 비할 것은 못되겠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초콜릿부심'이 있답니다.


그런데 모찌가 뭐예요? 제가 아는 모찌는 떡인데 잘 몰라서 물어보는 거예요. 커피잔을 말하는 건가요? 무지한 질문이라면 정말 죄송해요. 바바 님이 즐기는 커피에 대해서 더 알려주세요. 어떤 맛의 원두를 좋아하시나요? 직접 만드신 퀼트 컵받침의 모양도 히스토리도 궁금해요.


- 오슬로에서 노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