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편지#02] 오늘 마음은 어때요?

파리의 마미바바와 오슬로 노하

by 김노하 Norway

하이! 노하


“오늘은 마음이 어때요?”


이 문장을 명상할 때 배웠어요. 자기 자신한테 물어보라고요. 저는 질문 자체로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위에 있는 분들께도 여쭤 보고 싶었어요. 노하 님, 오늘 마음은 어떠세요?


전 요즘 조금 설렙니다. 귓가에서 종소리랑 딸랑딸랑 울려요. 무언가 함께 한다는 게 가슴을 울려줘요. 그래서 좀 더 주위에 관심을 갖게 되네요.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되네요.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더 많이 생기네요.


아! 먼저 지난번에 물어보신 모찌는 노하님께서 생각하시는 모찌 맞아요. 그리고 좋아하는 커피를 물어보셨죠? 블랙커피는 신맛 강한고 차처럼 깨끗한 맛을 좋아해요. 그리고 점심 이후에 마시는 라테는 오트(귀리) 우유에 싱글샷 그리고 엄청 뜨겁게 만든 걸 좋아하는데 바리스타들은 싫어합니다. 오트 우유는 우유보다 라테아트 하기도 힘든데 뜨거우면 더 만들기 힘들 거든요. 언젠가 제가 맛을 본 커피빈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기억이 나는 것들을 모아서 말이에요.


그저께 혼자 걷다가 아이들이랑 자주 가는 아이스크림가게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어요. 어린 바바가 갑자기 저에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언제 혼자서 아이스크림 먹어봤어요?“라고요. 처음에는 못 들은 척했어요. 그리고 둘째 딸에게 전화를 했죠.


“혹시 아이스크림 먹고 싶니? 사갈까?“ 딸은 괜찮다고 했어요. 그래서 몇 분을 고민을 했어요.


‘이게 뭐라고…’


집으로 향해 걸어가다가 어린 바바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더라고요. 그러면서 언제 어린 바바를 돌볼 거냐고. 이렇게 이 아이는 항상 기회를 주는데… 그래서 다시 가게로 향했답니다. 그리고 주문을 하는데 원하는 아이스크림 두 종류가 모두 계절 아이스크림이라 지금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린 바바 앞에서 머피의 법칙을 운운하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당황하지 않고 다른 맛으로 주문했어요. 그리고 괜히 여유 있는 척하며 옆 사람을 돕기도 했답니다. 아이스크림이 너무 빨리 녹아 정신없이 날름 거리면 먹었지만 실은 마음이 엄청 즐거웠답니다.


(평상시에는 콘을 시켜도 작은 스푼을 주는데… 이번에는 주는 걸 깜빡했나 봅니다. 저도 잊고요… 요즘은 부정적인 생각, 안 될 이유들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그런 마음을 저항하기로 했어요. 그냥 그 순간을 즐기고 싶었답니다.)


아주 오랜만에 엄마 몰래 뭔가 금지된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두 가지 생각이 스치네요.


‘엄마 몰래? 나는 아직도 엄마품을 못 떠났나?’

‘우리 아이들이 엄마 몰래 뭔가 할 때 가끔은 참 신나겠다. 그런 게 무엇이 있을까? 신나기도 하지만 약간 미안하기도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돌아왔어요.

노하 님께서는 요즘 혼자서 신났던 일이 있으신가요?


- 파리에서 많은 사랑 보내며

마미바바로부터



하이, 마미바바


마미바바 님, 안녕하세요? 파리에서 보내 주시는 사진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설레어요. 저는 지금 저만의 모닝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이에요.


오늘 저의 마음을 물어보시다니. 너무 부끄러운 걸요. 사실 저는 누군가에게 제 마음을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어요. 음. 다시 생각해 보니 부끄럽다는 표현보다는 두렵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그것이 공감받지 못하고 바닥으로 툭 버려진다면 너무 슬플 것 같 거든요.


“오늘 마음이 어때요?”

저는 이 질문 정말 마음에 들어요. 매일, 그리고 자주 나에게 물어보려고요. 이 문장을 떠올릴 때마다 위로 받고 용기를 얻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저는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아요. 아이들이 아빠 회사 사무실에 따라갔거든요. 아이들이 방학일 때는 홈오피스를 하는 직원이 많아요. 애들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하기 딱 좋은 기회지요.


아빠와 함께 출근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미팅룸 하나를 차지하고 시간을 보내요.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한두 시간쯤 아이패드로 게임도 하겠지요. 학교 아이패드에는 아이들에게 허락된 게임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은 아주 당당하게 게임을 한답니다. 주어진 게임 시간이 끝난 후 ‘몰래, 몰래’ 하는 것도 스릴 있고 재미있겠지요?


마미바바 님이 생각하신 것처럼 저도 가끔, 어쩌면 자주. 저의 어린 마음을 떠올려요. ‘나도 저렇게 놀고 싶다.’, ‘나도 내가 먹을 아이스크림을 사볼까?’ 그리고 이제는 바바 님처럼 예전과 다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놀고 싶을 때, 먹고 싶을 때가 있으면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해요. 우리 같이 변하고 있는 거 맞죠?


잊고 있었는데 마미바바 님께 편지를 쓰다 보니 생각이 났어요. 저는 엄마가 된다면 자매를 키우고 싶었어요. 어릴 때 저도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자매인 사촌 언니들을 그저 부러웠어요. 그런데 진짜 터울이 적은 자매의 엄마로 살고 있네요. 갑자기 행복합니다. 제가 누리지 못한 추억을 저희 아이들은 가지며 살면 좋겠어요.


집에 혼자 남아있는 저는, 지금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일단 거실에 있는 큰 테이블에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다 펼쳐 놓았어요. 왼쪽에는 커피잔과 초콜릿 한 조각이 있고요. 다이어리도 펼쳐 놨어요. 중간에는 아이패드로 지금 편지를 쓰는 중이고요. 오른쪽에는 노트북을 뒀어요. 좋아하는 음악 리스트를 쭉 열어놓고 클릭! 또 클릭! 하는 중입니다.


지금이 이번 주에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에요. 이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이 시간이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지 어찌다 말씀드리죠?


저는 아무도 없는 이 공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공기와 소리네요. 그리고 마음을 터놓는 글쓰기까지. 어찌 제가 신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제 저는 이 글을 보내드리고 창가로 갈 거예요. 진한 안개와 흩뿌리는 비를 보며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아티스트 데이트를 즐겨보려고 해요.


파리의 가을은 어떤가요? 마미바바 님께도 가을이 찾아왔겠지요.


- 비 내리는 오슬로의 아침을 담아

노하 드림







작가 소개
마미바바 : 병을 병적으로 좋아하고 본능적으로 많이 걷고 해 앨러지에서 썬러버가 되었습니다. 노을을 보며 멍 때리기를 즐기고 엉뚱한 질문을 자주하고 안그러는 척 하지만 허당끼가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동네 청년들에게 (한국어로)'엄마'라고 불리면서 살아가는 외계인 아줌마 마미바바입니다.

핀터레스트 : https://pin.it/roy2ETZ / @avectoietmoi_livre


노하Kim : 노르웨이와 한국,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며 살고 있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 자신을 소중히 다루면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요. 어떤 일을 새롭게 기획하고, 함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엄마이자 글을 쓰는 작가로 살면서 평범한 분들을 작가로 만들어 드리는 <작가 크리에이터>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리틀리 : https://litt.ly/minirin_no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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