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노하 Norway May 11. 2024

커피랑 데이트 할까요?

건이나비 님 - 두번째 커피 에세이 

마음의 작은 친구라고 굳이 얘기 않더라도 커피는 여유와 활력을 주는 친구다. 빈속의 커피는 안 좋다 해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침을 간단히 챙긴다. 왠지 찌뿌둥하다고 생각되는 날은 바빠서 모닝커피를 못 마신 날이다.


고등학교 때까진 엄마 몰래 커피를 마셨고 결혼 후엔 조합완벽한 믹스커피가 애장품이었다. 안 떨어지도록 미리 쟁여두었다. 커피를 안 드시던 아버님께도 아침 식후 매일 한잔씩 드렸더니 “네 덕분에 맛난 커피를 알게 되었다.” 며 밭에 갈 때 꼭 커피를 타서 가시곤 했다. 그 습관은 나도 배워서 밭에 갈 땐 시원한 커피를 만들어간다.


믹스커피를 즐기고 있던 나에게 커피를 사랑하는 친구가 충고했다. 믹스커피를 끊고 드립 해서 마셔라 했다. 그 친구는 시골서 선생을 하고 있었고 다행히 자기 방이 있었다. 아마도 시골은 아이들도 줄고, 남아있는 교실이 많아서 다양하게 활용하는 거 같았다. 출근해서 수업하기 전에 볶아온 커피를 직접 갈고 커피를 내리면 방 가득 커피 향이 넘치면서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한단다. 그리고 건강한 커피니 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난 아홉 식구가 함께 살고 있을 때라 그런 여유는 사치였다. 얼른 한잔 마시고 다른 일들을 봐야 했다. 식구가 많으니 일도 물론 많았다. 상황은 언제나 변하는 것이라 이제는 그 많던 식구들이 셋으로 줄었다. 카누를 마시면서 그 친구 생각이 났지만 루틴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아들이 커피 만드는 것을 배우고 다양하게 이런저런 커피를 만들어주었다. 볶은 콩도 여러 종류를 시도해 보는 아들을 보면서 어깨너머로 본 나도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드립커피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커피추출기인 모카포트를 선물 받은 아들은, 이제는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처럼 크레마까지 추출해 주었다. 물 반 붓고 마셨던 커피타임에 여유가 생겼다. 콩을 갈면서 향기를 마시고 도구에 커피를 추출하는 그 시간이 재미있었다. 이제는 이렇게 할 시간적 여유가 되는구나. 천천히 커피를 내려서 따뜻하게도, 차갑게도 또 우유를 데워 라테도 마셔본다.


내가 시간을 안 주었구나. 좋아한다면서 즐긴다면서도 정작 시간 할애는 하지 않았구나. 사랑한다면 시간을 주어야하는데 그 사실을 간과했네. 돌아보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되어진 일이 있던가? 없는 시간 쪼개어 다들 뭔가 하고싶은 것을 하고, 배움에도 힘을 쓴다. 내가 투자했던 시간들은 다시 나에게 되돌려주는 이치를 이제사 알게된다. 힘들게만 생각했던 시집살이도, 셋이나 되는 아이를 키우면서 썻던 시간들이 이제는나에게 많은 영감을준다.


이제는 커피 마실때 조금씩 내 시간을 나눠주고 여유를 가져보자.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여유로움과 위로를 잘 받아들이자. 그러면 또 한자락 글이 쓰고 싶을때도 오겠지. 오늘은 무슨 커피와 데이트를 할까?


작가 소개가 계속 됩니다. 





건이나비 

저는 향기를 사랑하고 모두가 건강하기를 소망하는 사람입니다. 우연히 전자책을 두 권을 썼습니다. 30년이상 함께 사셨던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그 추억을 담은 <아버님 평안하시죠?>란 책과 아로마를 궁금해 하시는 초보자님에게 도움되는 <나에게 아로마는 집밥>입니다. 


건이나비 님의 브런치를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sunmooju


이전 10화 얼죽아 아닌 더죽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