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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하 Norway Apr 27. 2024

얼죽아 아닌 더죽뜨

놀다잠든 나무 작가님의 글입니다.


더워 죽어도 뜨거운 커피를 찾는 내가 곧 다가올 여름이 기다려진다. 그 녀석 때문이다. 새로 들어온 커피 얼음틀 귀여운 라이언이 바로 여름을 기다리게 만드는 그 녀석이다.


커피와의 애정은 길고 깊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은 깨어나지 못하는 아침의 몸과 맘을 깨워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언젠가부터 몸이 직립보다 가로를 원하게 되면서 몸의 직립을 위해서 커피의 마법 같은 힘을 사용했었다. 억지로 직립시키기 위한 치료제 형태로 시작하게 된 커피가 이젠 그 맛과 향에 반해버렸다.


한때는 맛과 향이 좋은 커피를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 이럴 것이 아니라 차라리 커피 농장을 해보자"라고 농반진반으로 너스레를 떨 때도 있었다. 그만큼 커피에 진심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커피는 멀리할 수 없는 애정 음료다.


늘 따뜻한 커피를 선호하지만 가끔은 안팎의 그 짜릿한 시원함에 아이스커피를 찾게 된다. 계절이나 날씨와 상관없이 몸이 원하는 때가 있다. 커피 향과 맛이 얼음에 맹물처럼 되는 것이 안타까워 한숨에 커피를 빨대로 들이키고 남은 얼음은 입에서 사탕처럼 오도독 거리며 씹어줘야 제맛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얼음 가득한 아이스커피를 1년에 겨우 서너 잔 정도 마실까 말까 한다. 아이스커피의 그 시원한 짜릿함이 목을 타고 넘어가 뱃속까지 순간에 닿게 쭈욱 들이키던 그 쾌감을 자주 맛보지 못한다. 찬 음식에 민감한 체질이 되어 찬 음식이 들어가면 1차 관문인 기관지가 먼저 알아차리고 기침으로 입장을 거부한다. 1차 관문의 거부에도 뚫고 들어가기만 하면 몸속 장기들이 시원함에 환호성을 부르게 된다. 하지만 1차 관문을 용케도 뚫게 된다 해도 십중팔구는 기침으로 다시 기관지의 호통을 받게 된다. 그래서 결국은 더워 죽어도 따뜻한 커피로 몸과 타협하고 말았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2년 여름에 우연히 졸업한 예쁜 제자로부터 곰돌이 커피 얼음틀을 선물로 받았다. 실리콘으로 되어 있는 곰돌이 모양의 얼음틀이다. 에스프레소 한잔 내려 곰돌이 입에 부은 다음 시원한 냉동실에서 잠시 대기하게 하면 잠시 후 얼음 커피 곰돌이가 되어 나타난다. 얼음 커피 곰돌이를 투명한 크리스털 잔에 넣고 우유를 부어 함께 마시면 시간이 지날수록 곰돌이는 형체를 잃어가지만 점점 진해지는 아이스 카페라테의 맛은 풍요로워지게 된다. 이때 그냥 우유도 좋지만 바나나우유는 신의 한 수다.


올여름엔 곰돌이뿐만 아니라 라이언도 함께 할 것이다. 조신히 발을 모으고 서있는 대갈 대장 라이언이 곰돌이와 함께 하다면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올해는 특히 강력해진 기관지 수비대의 감찰을 뚫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올여름의 설렘은 신상 라이언과 터줏대감 곰돌이의 얼음 카페라테다.


이것이 여름에 커피를 즐기는 나의 방식이다.



작가 소개가 계속됩니다.

놀다잠든 나무

나무와 숲을 찾아다니며 강아지를 키우는 생애 탐구가라고 불리고 싶습니다.    

[출처] 작가소개 (뉴아티 북클럽 & 뉴북스 작가스터디 - 매거진 Na)


놀다잠든 나무님 브런치 주소 : https://brunch.co.kr/@a81cc8d655384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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