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초코숲 Sep 22. 2022

14. 월요일이 완벽하지 않으면

징크스 속에 있던 예민함 찾아내기

월요일에는 반드시 완벽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학창 시절 때부터 월요일 공부 스케줄이 꼬이면  그 주 내내 공부가 잘 되지 않았다.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힘들면 그래도 다음날 회복이 되는데 유독 월요일이 망하면 회복이 어려웠다.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월요일을 잘 보내지 않으면 그 주 전체를 망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월요일만큼은 최대한 저녁 약속을 피하려 한다. 심지어 휴직 중인 상황에서도 월요일 루틴이 깨지면, 한 주 내내 무기력해진다. 월요일은 반드시 계획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하루, 망치면 안 되는 하루가 돼버렸다.


월요일을 완벽하게 보내야 한다는 징크스는 내가 가진 많은 징크스 중 하나일 뿐이다. 특히 심하게 집착한다고 느끼는 징크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봄에는 불행이 찾아오고, 가을엔 행운이 찾아온다'는 징크스가 있다. 유독 봄에는 슬픈 기억이, 가을에는 즐거운 순간이 주로 생각난다. 힘들게 재수를 시작할 때도, 동아리 회장에서 물러나고 방황하던 시절에도 벚꽃은 무심하게 피고 있었다. 당장 올봄에도 마음속에 우울이라는 괴물이 자라났으니 말이다. 반대로 교환학생을 가고, 취업에 성공한 행복한 기억은 코끝이 차가워지는 날씨와 함께였다.


 또 하나의 징크스는 '2와는 궁합이 좋고, 3과는 궁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활동을 할 때, 생각해야 할 것이 두 가지냐 세 가지냐에 따라 효율의 차이가 컸다. 요가나 필라테스 동작을 할 때, 신체의 세 부위를 동시에 신경 쓰게 되면 오히려 자세가 어그러지곤 했다. 리포트나 보고서를 쓸 때도 주어진 대목차가 3개가 되면 생각이 뒤엉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수능도, 공부하던 시험도 두 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기에 더 강하게 믿게 되었다.



막상 징크스를 나열해보니, 도대체 왜 이걸 징크스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 한 주의 시작이 잘못되면 회복하기 힘든 것은 개인차가 있을 뿐 누구나 같다. 인생의 수많은 행운과 불운을 그저 계절을 맞이하는 기분에 짜 맞춘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반문해본다. 실제로 계절성 우울증(계절성 정동장애)이라는 용어도 있으니. 숫자와 관련된 징크스는 가장 공감받기 힘들 것 같다. 3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하나의 주제에 3가지 목차를 짜는 것은 누구나 어렵다.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을 가지는 걸까? 명상 끝에 찾아낸 답은 '예민함'이었다. 예민한 마음이 패턴에 대한 강박을 만들고, 이것이 징크스로 마음속에 각인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예민하다는 표현은 한 번도 나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도 뭔지 몰라서 자기 취향을 찾으려 하는 사람에게 예민함이라니? 그렇지만 몇 가지 신호는 분명 나는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선, 촉감에 굉장히 예민함을 알아차렸다. 어려서부터 옷 안에 붙은 택이 거슬려 잘라 입기도 했고, 지금도 플리스 같은 까끌까끌한 재질이 몸에 직접 닿는걸 몹시 싫어한다. 손바닥에 이질감이 드는 것도 잘 버티지 못한다. 한 번은 야간행사에서 받은 응원 막대기에서 염료가 녹아내린 적이 있다. 보이지 않았지만 손에 묻는 촉감이 불쾌해서 무의식적으로 바지에 닦아냈다. 행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니 바지는 엉망진창이 되었고, 결국 버려야 했다.


또 하나의 증거는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가 발생하면 긴장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학년이 바뀌거나 부서 이동을 해서 새로운 환경에 처하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단적으로는 건강 검진 때마다 긴장한 나머지 항상 혈압에 높게 나와서, 5분 정도 안정을 취하고 다시 혈압을 재기도 한다. 환경 변화에 예민한 것이 긴장감으로 나타난 것이다.




예민한 기질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굳이 불필요한 징크스까지 만들어서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었다. 결국 삶 속에서 겪는 사건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다. 관련해서 상담을 했을 때 정신과 선생님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너무 징크스를 의식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 보자고 말이다.


언젠가 1월 2일에 산에서 일출을 본 적이 있다. 지구가 매일 자전하는 것일 뿐인데, 꼭 1월 1일의 일출만 볼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의 시작은 쿨하게 넘기면서 1주일의 시작은 왜 쿨하게 넘기지 못하는 걸까? 앞으로는 지나간 하루에 집착하지 말고 남은 6일을 사랑하자. 봄에 일어나는 불행 대신 봄날의 따스함을 생각하자.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하도록 노력해보자.


예민함을 인정하되, 삶을 옥죄는 징크스로 만들지는 말자




예민함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다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쓰신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의 강의를 발견했다. 비슷한 특성을 가진 독자분들이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아래 링크를 공유한다https://www.youtube.com/watch?v=XdiotgGSaX0&t=168s













이전 13화 13. 잘난척하지 않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