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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r 04. 2021

100일 동안 팔 굽혀 펴기 100개 하기 도전기

같이 하니까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되네요.

시작은 멀리 창원에 있는 친구가 작년 11월 24일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부터 였습니다. “유튜브를 보니 팔 굽혀 펴기 100개를 100일 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데 한번 해 볼까?” 그 이야기에 동조한 몇몇 친구들이 댓글로 글을 남기며 같이 해 보자고 하면서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100개가 아니라 30개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하루에 100개이니 10번씩 10번 해도 달성할 수 있는 목표였습니다.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맞추어 가기 시작합니다. 저는 20번씩 네 번하는 방식으로 80개로 시작해서 개수와 회수를 조금씩 늘려 갔습니다.

비록 직접 만나지 않지만 같이 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더군요. 그리고 서로 운동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다른 운동들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팔 굽혀 펴기 80개로 시작한 숙제는 윗몸일으키기, 스쾃, 하루 만보 걷기로 더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78년생 네 명이 시작한 모임에 2월에는 82년생 후배도 같이하게 되면서 더 추진력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도달한 100일 기념하는 줌 모임이 있었습니다. (저는 비록 애들 재우다가 깜박 잠들어서 못 들어갔지만) 그동안 고생한 서로를 자축하고 기념으로 팔 굽혀 펴기 50개를 같이 하는 이벤트도 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댓글이 10,000개 도달할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쉽지 않은 100일을 완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먼저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아침에 한번 / 오전에 한번 / 점심 먹고 한번 / 오후에 한번 / 집에 와서 한번. 이렇게 총 다섯 번은 최소한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 바퀴 돌고 비어 있는 회의실이든 어디든 들어가서 푸시 업 30개와 스쾃 20개를 합니다. 그렇게 간격을 두고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하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걷는 것은 되도록 시간마다 한 번씩 회사 건물을 한 번 걸으려고 하고, 되도록 귀가해서는 가족과 같이 산책하려 하고 혹시 안 되는 날은 적어도 만보는 채우도록 모자란 걸음 수를 워킹 머신에서 채웠습니다. 하루 30층을 계단을 오른다는 후배를 따라 11층 아파트에 올라갈 때는 되도록 걸어 올라갑니다. 12월 이후로는 거의 매일 만보를 채운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을 그냥 습관처럼 몸에 베이는데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이런 과정들을 기록하고 했는지 안 했는지를 어플을 통해서 중간중간 체크했습니다. 물론 매일 다 할 수는 없지만 되도록 하루 일과 도중에 그리고 자기 전에 실제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보충할 수 있으니까요.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 생각하고 하나하나 채워 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운동을 함께 해 나갔습니다. 혼자라면 아마 금방 포기했을 거예요. 너무 귀찮고 술에 취해서 힘든 날도 그래도 같이 함께 한 同志들을 생각하며 최소한은 하려고 했습니다. 페이스북 댓글은 그런 점에서 참 좋은 매개체였습니다. 관련한 댓글을 달면 바로 알림이 오고, 좋아요를 눌러서 서로 응원도 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100일을 하고 나니, 하지 않았더라면 푹 쳐진 채로 있었을 어느 갈림길에서의 또 다른 나와 전혀 다른 스스로를 봅니다. 그리고 선수들처럼 전문적이진 않더라도 매일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이 참 의미 있고 기분 좋고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함께 할지 모르겠지만 오래오래 좋은 습관을 함께 나누는 관계가 이어져 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 고마운 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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