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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Sep 06. 2023

단단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하고픈 걸 하고 살아 봐요.

2023년 9월 생일축하편지

사랑하는 상인 씨. 생일 축하합니다.

 

벌써 만으로도 사십 대 중반을 지나서 우리도 중년에 접어드네요. 아직 마음은 이십 대처럼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더 짧아지는 교차점에 우리 둘 다 서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대학생 때와 비교해 보면 많이 변했죠.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함께 그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당신도 나도 더 단단하고 더 담담해졌습니다.

 

가끔씩 당신은 대학교 때로 돌아가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보곤 하지만, 저는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 썩 내치진 않습니다. 실수투성이에 자신이 없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일일이 반응하며 어리숙했던 어린 시절의 제가 안쓰럽거든요. 그렇다고 그때로 돌아가면 다시 안 그럴 수 있을까요? 그때는 그때 대로 그게 최선이었던 걸요..

 

그래서 저는 당신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참 반갑습니다. 한 해 한 해 나를 알고 스스로를 받아들여 가는 길을 당신과 함께 걷고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덕분에 정성스레 차린 음식을 차려서 같이 먹고 함께 운동하고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삶을 살아갑니다. 힘들면 잠시 기대서 쉬기도 하고요.

 

그렇게 단단하고 담담해진 마음으로 우리 남은 반 평생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보다 더 하고픈 걸 하면서 살기로 해요. 그래도 될 만한 자격이 당신은 충분히 있습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2023년 9월 6일

생일축하하며 남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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