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한동안 얽혀 있던 마음이 무거워 애꿎은 돌부리만 걷어 차고, 한숨만 쉬었지. 그러다 문득 너의 말 한마디에 많은 것이 바뀌었어.
“글을 써줬으면 좋겠어.”
글을 쓰다 보면,
그저 그런 단어를 갖고 와서 아름답게 꾸미는 일,
그리곤 혼자 보내는 하루에 감정이 떠들썩해서,
감정을 쏟아내어 집기장 위에 꾹꾹 눌러내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한 글자 위에 감정을 소비하면서, 단어가 떠올라서, 기분이 그냥 그래서, 감정을 쏟아내기보단, 절제하기를.
글 쓰는 마음은 한 자 한 자에 마음을 떨쳐내는 일. 마침표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하나씩 멀어지는 일.
그래서 언제부터는 “,”.
“쉼표”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어.
너를 하늘에 녹여내기도, 지는 노을에 녹여내기도, 한적한 골목길에 녹여내기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한 글자에 눌러 내는 일은 마침표 찍기까지 여러 번 고쳐 눌렀지.
이내 한 글자에 마침표를 눌렀을 때, 너는 그만큼 한걸음 물러났지. 그래서 글 쓰는 연습을 더 해야겠다.
마침표 내리기가 더디고 어려운 만큼.
페이지를 천천히 넘겼으면 좋겠어,
그만큼 우리는 점점 더 멀어질 테니까.
글 쓰는 마음이란, 감정을 소비하는 일.
단어가 떠올라서, 기분이 그래서.
한 자 한 자에, 마음의 짐을 떨쳐 내는 일.
마침 표를 찍으면서, 하나씩 떨쳐 내보자.
글을 쓰는 마음이란, 돌아가기 위함이다.
너를 하늘에 녹여내기도, 지는 노을에 녹여내기도, 한적한 골목길에 녹여내기도.
이러한 일들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너를 한 글자에 녹여내는 일은, 이렇게도 어려울까.
마침표를 찍기까지, 고쳐 쓰는 마음이란, 마침표 내리기가 무서워서일까.
이내 마침표를 찍었을 때, 그토록 그리워하던 네가.
한걸음 더 물러났다.
그래서 글 쓰는 연습을.
더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