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us Script : 미주참치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709-3

by 그리울너머

미주참치
[The Opus Script: 사람이 빚어내는 맛의 각본]


내가 맛집을 소개하는 이유는 단순히 맛을 알리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찾아간 맛집에는 누군가가 일생을 바쳐 써 내려온 정교한 각본(Script), 즉 하나의 걸작(Opus)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좋은 식당은 주방이라는 무대의 치열함 손님이 완벽한 합을 이룰 때 완성된다.

그 각본에는 화려한 기교보다 정직한 지문이 더 남아 있다. 식재료를 손질하는 분주한 손길, 손님을 맞이하는 진심이 담긴 웃음, 공간을 채우는 특유의 온기 같은 것들. 이번에 소개할 용인 수지의 ‘미주참치’는 바로 그 ‘The Opus Script’라는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 곧 장르가 되는 공간이다.


심야식당의 온기

앞서 소개한 탑골순댓국의 투박함 뒤에 또 다른 활기가 넘치는 근처 골목, 이곳에 불을 밝히고 있는 참치집이 하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닷지의 손님과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이곳의 닷지는 혼자 방문해 사장님과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손님이 많은데, 그 풍경은 마치 일본 만화 속 ‘심야식당’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맛을 찾아오는 손님이 오롯이 자신의 허기보다는 고독을 달래기 위한, 이곳의 카운터는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안식처가 된다.



미주참치의 대표 메뉴는 단순하다. ‘진, 선, 미’ 세 단계로 나뉘는데, 가장 기본인 ‘미’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1인 4만 원이라는 좋은 가격에 참치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상위 코스로 올라갈수록 특수 부위가 추가되지만, 기본 코스만으로도 참치 고유의 풍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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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음식이 나오는 순서, 즉 ‘식탁의 서사’다. 메뉴를 주문하면 공복을 데워주는 식전 죽이 먼저 나오고, 곧이어 선홍빛 참치회가 차려진다. 여기에 회를 얹어 초밥처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샤리가 제공되는데, 이는 손님이 취향껏 맛의 변주를 줄 수 있도록 배려한 장치다. 뒤이어 나오는 콘치즈와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와 마지막으론 사장님이 직접 따라 주시는 사케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회의 식탁에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이 식당의 진짜는 공간의 온도에서 완성된다. 손님을 상대하는 바쁜 와중에도 두 분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 행복한 미소는 음식을 하는 즐거움이 진심으로 다가온다. 공간의 온기를 채우는 '미'는 사장님이 직접 통기타를 들고 나오는 순간이다. 세련된 공연은 아니지만, 모두가 아는 익숙한 노래가 식당에 울려 퍼지고 미주참치의 공간에서 한마음으로 공감한다. 각자 다른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고민을 안고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어느새 한마음이 되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이 동질감은 우리가 같은 곳에 앉아 맛있는 음식과 닷지의 손님의 고독마저도 공감해줄 수 있는 미주참치라는 각본의 클라이맥스가 된다. 마지막으로 사장님이 직접 테이블을 돌며 사케 한 잔을 따라주시는데, 단순 맛을 떠나 'The Opus Script'라는 주제와 걸맞게 걸작의 대본이라는 느낌이 마음에서 느껴진다.


‘The Opus Script’는 멈춰있는 글자가 아니다. 주방에서의 숨 가쁜 분주함, 재료를 다듬는 섬세한 마음, 그리고 손님과 호흡하려는 마음은 매일 밤 새롭게 써 내려가는 기록이다. 미주참치는 맛있는 참치를 파는 곳을 넘어, 사람의 온기가 어떻게 음식의 풍미를 바꾸는지를 증명한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행복한 삶의 조각을 공유하고 싶은 날. 수지 뒷골목의 이 작은 식당은 당신을 위한 가장 따뜻한 각본을 준비해놓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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