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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쿠 Dec 27. 2019

만 30세, 사표를 던지고 캐나다로

취업? 결혼? 집? 난 모르겠고, 해보고 싶은 거 하련다.

만 30세, 한국 나이로 31세가 됐을 무렵 전 회사에 사표를 내고 무작정 캐나다로 향했습니다.

많은 것을 준비하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제가 정말로 갈 줄 몰랐거든요.


'통장잔고 오백만 원과 한 손엔 그간 모아둔 꾸릿한 포트폴리오 그리고 한 손엔 워킹홀리데이 워크퍼밋'


이게 전부였습니다. 사실 옷가지 하며 캐리어 두 개 넘게 짐을 쌌긴 했지만, 중요한 건 위 세 가지였으니까요.

아!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쳤군요. 바로 여자 친구의 동의!


출국을 결정하는 것은 간단했습니다. 그냥 출발 날짜만 찍힌 편도행 비행기표 하나만이 필요했을 뿐이죠.

그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습니다. 출국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아쉬운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늘어만 갔고, 그럴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흘렀습니다.

사실 준비할 시간도 없었어요, 술 마시느라요...

이렇게만 얘기하니, 그냥 유행에 떠밀려 캐나다 한번 가보자라는 식의 충동이 아니냐 하시겠지만 그런것도 아닙니다. 전 꿈 많은 청년이었거든요.


제가 CG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후 줄곧 헐리웃영화 제작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꿈이자 희망이었습니다. 그 생각으로 지난 5년의 시간을 한국에서 열심히 일을 했더랬죠.

저는 정말 궁금했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영화와 헐리웃에서 만든 영화의 CG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단순히 자본과 시스템의 차이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한국에서 하고 있는 일도 적지 않은 자본이 투입되고 높은 수준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데 말이지..

그렇다면 만든 사람의 차이일까?  사람의 차이라면, 어떻게 그들은 우리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여러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궁금증을 포함하여 저 헐리웃영화에 내 지문 하나 찍어보고 싶다는 불타는 욕망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5년 동안 일을 하면서도 채우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었다랄까요? 그래서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퇴근 후 그 많은 술로 그 자리를 메꾸었나 봅니다.


어쨌든, 전 갔습니다. 많은 응원이 있었고 많은 반대가 있었으며 무관심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인 점은 몇몇의 반대와 조롱 섞인 의견이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비행기표를 끊게 해 준 원동력!

출국 전 비행기표와 여권사진 입니다 :)

어쨌든, 전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1년 5개월째 헐리웃영화를 만드는 곳에서 CG 아티스트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의 생활은 저 자신을 정말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고 부정적인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으며,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내가 누구다 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성격도 가지고 있었구나 라는걸 이제 조금 알아 차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온 것은 잘한 일이었을까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확답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직업적으로는 분명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뤘지만 생활적으로는 부족한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꾸준히 올리는 글들에서 제가 어떻게 해왔는지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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