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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ckypinkpiggy Sep 04. 2021

중심에 있는 나, 그리고 그 홀로 있지 않음

정유정 - 『완전한 행복』

  자기애는 중요하다. 자신을 혐오하며 행복하기는 어렵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존재들도 쉬이 사랑하지 못할 테고, 그럼 인생에 싫어하는 것이 너무나 많아질 테니까. 하지만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것도 문제다. 나만 특별하다는 생각 역시 나를 제외한 다른 것들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니 되도록 바깥으로 향하는 길이 있는 사랑을 해야 한다.


  소설 속 유나는 자신이 너무나 중요한 인물이다. 유나는 어렸을 때 받은 상처의 원인을 언니인 재인에게로 돌리며 재인이 짝사랑하던 남자와 결혼하고 그 남자를 살해하는 방식으로 평생에 걸쳐 복수를 감행한다. 또, 자기 자신만을 앞에 내걸고 주변 인물은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며 흠이 없는 행복을 완성하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 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반대로 언니인 재인은 자신을 방기하면서까지 사랑받기를 선택했던 인물이다. 아버지에게 착한 맏딸로 인정받기 위해 유나의 괴롭힘도 조용힌 견뎠다. 문제는 이 무심한 자포자기가 어느새 재인의 삶의 태도로까지 굳어졌단 점이다. 보호자인 부모님은 과도한 자기연민에 빠진 유나를 돌보느라 재인의 상처를 방관했다. 이는 자기애에 빠진 인물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자기 연민이 시대를 관통하는 감수성이 된 요즘, 자기애를 주창하는 책이나 구호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혼자만 행복하고 싶어 하는, 스스로만 특별하다고 여기는 자기애는 그리 아름답지 않다.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그 사랑은 필연적으로 주변 사람의 행복까지 앗아가서 자신의 행복에 덧대려 하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가 선두에 자기 자신을 두고 다른 존재를 밑으로 누르는 수직적 시선의 발로라면, 중심에 나를 두고 그 옆에 다른 존재를 두는 수평적 시선은 바깥으로 사랑을 보내는 일의 시작이다. 수평적 시선이 축조하는 널따란 사랑이 완전한 행복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외로워지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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