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왜 울었어요?"

by note by







그해 겨울, 나는 집 근처 작은 도서관에서 주말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서가를 정리하고, 연계 프로그램도 참여하며 개구쟁이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모처럼 도시를 떠나 자연의 품에서 뛰어놀고 싶어 겨울 방학 1박 2일 캠프도 따라갔다. 평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워킹맘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참석하는 주말여행이었다.


출발 직전, 한 아이 엄마가 직장에 일이 생겨 참석을 못 하게 되어 아이도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 다른 친구들과 버스에 타서 과자며 음료수를 먹고 있던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고 버텼다. 할 수 없이 자원봉사자인 내가 1박 2일 '무늬만 엄마'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종일 뛰어놀고 밤에 곯아떨어졌다. 누가 짰는지 아이들을 일찍 재우기에는 최적의 프로그램이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엄마와 아이가 30초 동안 눈을 마주 보는 시간이었다. 시작! 과 함께 엄마들은 아이들을 마주 보고 쓰다듬고 꼭 끌어안고 뺨에 입을 맞추며 사랑의 말을 나누었다. 나는 '무늬만 아들'과 영 어색했다.


“정우야, 우리도 서로 눈 안에서 별 찾아볼까?”

주변 아이들을 부럽게 바라보던 아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30초야. 고개 돌리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눈도 깜빡이지 말아요?"

”눈 깜빡 안 하면 눈물 날걸. 선생님이랑 보면서 울고 싶어?"

“내기해요. 누가 오래 쳐다보나.”

“좋아. 지는 사람이 소원 들어주기!"

아이가 작은 몸을 바로 잡고는 눈을 질끈 감는 모양이 귀여웠다.

“시작!”


30초는 길었다. 생각보다 길었다. 너무 길었다. 웃음을 잘 참지 못하는 편이라 시작하자마자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기가 뭐라고, 아이의 심각하고 비장한 눈을 보며 푹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일초 이초 시간이 갈수록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아이의 눈은 너무도 맑았다. 누군가의 아기였다가 아이가 된 눈동자 안으로, 블랙홀로 조금씩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아이의 눈은 서서히 다른 사람의 눈이 되었다. 내 앞으로 눈동자들이 지나갔다. 모두 순했다.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눈, 말이나 눈물이 살짝 비추었다 사라지는 눈......이제까지 그런 눈으로 나를 보았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때로 부모님, 친구, 연인, 동료, 한때 시절 인연으로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이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용서를 받는다. 어떤 사람은 나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끝내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몫이라 여겨 무심하게 받아먹은 사랑 뒤에서 누군가는 홀로 외로웠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잘못이 없이도 미안하다 한 사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해해주었거나, 지금 이순간도 나를 보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감지하지 못하는 시간만큼 나는 미안하다.


때로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순한 눈일 것이다. 이유를 묻지 않고, 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다고 했을 것이고, 마음을 살피느라 분주했던 나를 그 사람이 기억할지 난 알 수 없다. 인연의 길이는 어쩌면 더 사랑하는 쪽이 감수하는 만큼의 길이였을 것이고, 감수한 시간은 대부분은 고요했을 테니.


성장하지 못한 유아적 나르시시스트의 삶은 아무리 주위의 에코이스트들이 덮어준들 마음의 장애다. 신체의 장애는 그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내지만, 마음의 장애는 정작 자신이 장애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남루함을 드러낸다. 인간이 태어나 성인에 이르기까지 주어지는 시간이 동물에 비해 긴 이유도 있을 것이고.


나의 몸처럼 마음도 계속 자라났으면 한다. 때로 그 성장이 몸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할 때,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채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내 의지로 누를 수 없을 때는 어떤 계기가 그리 해주기를 바란다.


그때가 혹시 그런 기회였을까. 갑자기 아이 앞에서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졌을까. 마음의 장애에 이르지 않도록,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그 맑고 선한 눈동자가 내게 왔을까.


일주일 후, 도서관 꼬마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내기는 한 명이랑 했는데 일곱 명이나 따라왔다. 친구들 앞에서 아이가 놀렸다.


“선생님, 울보다. 진짜 계속 울어."



keyword
이전 05화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