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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Aug 19. 2024

회사가 호구에게 물건 팔아먹는 방법

뭐 사는게 제일 좋은 거야?


네이밍의 말장난에 당하면 호구가 된다.


"이번에 개발 중인 신제품은 하이퍼 울트라 프리미엄 라인입니다.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기대합니다."

위에서 신제품 출시로 저 정도의 메시지가 내려오면, 상품팀이나 기획팀은 비상이다. 그럴싸한 제품명을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씹다 버린 네이밍이 수십 개가 넘는다. 출시일은 나와 있다. 그전에 컨펌받아야 한다. 그럼 뭐다? 그렇다. 야근각이다. 경쟁사들 제품명부터 각종 백과사전 다 뒤져본다.


신제품이 나왔습니다! 잘 팔아 봅시다.


보급형이나 저가 라인 아니면, 회사는 제품명에 많은 공을 들인다. 근데 신박한 이름은 잘 안 나온다. 대충 브랜드명에서 한 끗 바꾸기다. 원래 하던 거에서 덧붙이기란 소리다. 어쩌다 하나 터지는 게 나오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우려먹기가 된다.


이게 어떤 식이냐? 쉽게 보자. 쇼핑하다 심심찮게 보는 단어 프리미엄 상품.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급 제품이구나 생각할 수 있다. 원래의 것보다 여분을 더하는.. 할증, 높은.. 이런 의미를 가진. 회사의 입장에서 해석한다면 비싸게 팔겠다는 의도다.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제품 이름에 함께 붙이는 거다.


"이거 네이밍 뭐로 정할까요?" 회의를 위한 회의는 계속된다.


제품 네이밍에 '고급지다'는 뜻으로 '프리미엄' 하나로는 차별성이 없어 보이니까, 유사품 하이퍼(최고의, 과한), 울트라(극단적인) 이런 말들로 바꿔 쓴다. 심지어는 그것도 모자란 것인지, 이런 류의 단어를 연속으로 붙여 강조한다. 해석하자면 이런 말이다.


하이퍼(최고의, 과한) + 울트라(극단적인) + 프리미엄(더 붙이는 할증) 상품
= 최고로 극단적인 할증을 매겨서 아주 비싸게 팔아먹어라!

왜 저러는 것이냐? 뭐 일종의 마케팅이다.. 전략이다.. 하는데, 그냥 가격 올려 받기 위해서다. 이 얼마나 멍청한 짓이냐구? 아니다. 문제는 저게 먹힌다는 거다. 생각보다 호구가 많다는 거다. 물론 지들이 스스로 다 알뜰 소비자라고 착각하는게 문제기도 하다. 원래 제품에서 한 끝 정도만 바꼈다. 별로 바뀐 것도 없다. 그럼에도 저런 말들을 제품명에 붙이는 거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거 없지만 저런 표현을 붙인 상품이 워낙 많다. 거르는 것도 일이다.


이걸 어떻게 다 팔아 치운다?


비싸게 팔라는 표현에는 업계에 따라서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식품/화장품 : 친환경, 유기농, 오가닉 + 상품명 = 착하고 몸에 좋은 거니까 비싸게 팔아먹어라! 이런 말이다. 쉽지?


2. 건설 : 여긴 복잡하고 긴 거 끝판왕이다. 그냥 다 갖다 추가해서 이어붙이면 된다. = 회사 + 브랜드 + 지역 + 주변에 있는 거 + 대놓고 최고란 표현 이렇게 계속 붙인다.


그럼 넓고 깊은 이해를 위해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주관식) 로마에 처음 지은 (주)초맹의 꿈마을 아파트. 동쪽에 호수 공원이 있고, 서쪽에 학교가 있다. 남쪽에는 강이 보이고 북쪽에 IT 산업단지가 있다. 가장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 K 아파트 이름을 지어보세요. (총 10점. 부분 점수 있음)

정답) 초맹 로마 꿈마을 센트럴 리버 뷰 레이크 파크 에듀포레 디지털 시티 더 헤리티지 퍼스트 에디션 (Chomeng Rome Dream County Central River View Lake Park Edupore Digital City The Heritage First Edition)


로마에 있는 한가운데서 강도 보여, 호수 공원도 있고 친교육적이며 미래 도시 같은 뭐 그런 아주 좋은 느낌이니까, 무조건 비싸게 팔아! 이런 뜻이 되는 것이다. 저런 말장난을 고상하게 말해서, 브랜딩, 마케팅이라고 한다. 읽다 보면 그냥 지친다.


안 팔리면 이렇게 묶어 길바닥에서 떨이라도 한다.


프리미엄 같은 비싼(?) 표현 외에도 물건을 팔아먹는 데는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다. 이것도 많이 응용돼서 나온다. 쇼핑하다 보면 많이 보이는 표현들로 회사의 수작질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재고 소진 = 대충대충 빨리 팔아라!
럭키 박스 = 안 팔리는 거 다 때려넣어 팔아라.
타겟 상품 = 쟤네 콕 찝어서 팔아라!
전략 상품 = 반응 봐 가면서 팔아라!
한정 상품 = 팍팍 티 내면서 팔아라!
특가 상품 = 버릴 건데 그래도 팔아봐라!
세트 상품 = 안 나가는 거 잘 낑겨서 팔아라!
체험 상품 = 별로니까 리뷰부터 땡겨 팔아라!
사은품 = 뿌려보다 남으면 모아서 팔아라!


자! 그럼 무슨 소리냐? 피해야 될 것들이란 얘기다. 대개 브랜드 제품들은 보급형, 일반형, 상위형으로 나온다. 회사는 당연히 돈이 목적이다. 이익률은 다 다르다. 원자재나 개발 비용, 기술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회사는 어떤 걸 팔아야 돈을 제일 많이 벌까?


회사에 따라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 프리미엄이라는 상위 제품을 팔아야 제일 많이 남는다. 그렇게 설정한다. 의외로 일반형은 많이 남지 않는다. 가격을 그럴싸하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족을 느끼면 프리미엄 써 봐 진짜 좋아! 이러는데, 대개 일반형에서 뭐 한 두 개 바뀌는 거다. 별거 없다. 근데 많이 남는다. 그러면 언제 팔아야 돈을 제일 많이 벌까? 출시 초반이다. 그래서 CF든 뭐든 광고는 모두 초반을 노리고 날리는 것이다. 얼리어댑터와 신상 매니아들이 가장 많이 낚인다.


그냥 대충 작년 네이밍에 NEW 붙이고 끝!


이것이 회사가 돈을 버는 방법이다. 근데 이거 가지고 왜 뭐라 하냐구? 회사가 뭐가 잘못이냐구? 잘못 아니다. 뭐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 낚이지 말자는 거다. 왜? 뭐?


제품은 언제 발전하냐면 소비자가 현명해져서 안 낚일 때 발전해 간다. 회사의 쓰잘데기 없는 장난질이 안 먹혀야 돈 벌고 싶어서 다른 연구를 하게 된다.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는 제품이 나온다.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은 그렇게 나오는 법이다.


비싼 게 다 좋은 게 아니다. 뭐 돈이 많으면 그냥 "여기서 제일 비싼 거 주세요." 하면 된다. 싼 건 뭐다? 비지떡이다. 겉은 번지르르해 보여도 자재와 기술이 다르다. 뭔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오래 못 간다.


가장 가성비 있는 제품은 보통 중간이나 중간보다 약간 위정도 포지션에 있다. 애매하거나 모를 때는 이 정도에서 픽하면 후회는 안 한다. 써 있는 상품명도 다시 보고 알뜰구매 하자. 호구 되지 말자!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물건이란, 회사에 가장 적게 남는 제품이다. 오피스 게임 소비자 법칙이다.


P.S. 쓰다 보니 '나는 저 중 어느 정도 상품일까?'라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음.. 사은푸..ㅁ?

피식 웃는 너. 그래서 넌 어떤 상품인데? 넥스트 퓨처럴 엘레강스 리미티드 더 베스트 오리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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